국내 노동조합이 주한 일본대사관을 찾아가 일본 정부의 자국 내 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초계기 레이더 갈등,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한일 관계는 경색됐지만 양국 노동계 연대의 끈은 이어지고 있다.
전국건설노조는 9일 오전 일본대사관이 있는 서울 종로구 트윈트리타워 앞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항의 서한 전달식을 가졌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이하 연대노조) 소속 조합원 39명을 체포해 이중 21명을 기소하고 9명은 구속까지 했다. 연대노조는 주로 일본 오사카(大阪) 지역에서 활동하는 레미콘, 덤프트럭 기사 등 노동자 3,000여명이 소속된 단체다. 연대노조가 “레미콘 운임 인상 약속을 지키라”며 파업을 하자 일본 정부가 업무방해, 공갈미수 등 혐의를 적용해 진압에 나선 것이다.
건설노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수신자로 명시한 항의 서한에서 “연대노조의 요구와 파업은 레미콘 업계 노동자들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산별노조로서 노동조합운동을 한 것이며, 그 목적과 수단은 정당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라면서 “부당한 형사 탄압에 단호하게 항의하며, 조합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대사관 측이 항의 서한 접수를 거부해 서한 전달은 이뤄지지 않았다.
건설노조가 다른 나라의 노동 현안까지 챙기는 건 연대노조와의 17년 넘는 끈끈한 관계 때문이다. 2001년 국내 레미콘 노동자들의 서울 여의도 상경 투쟁 당시 경찰이 쇠망치와 도끼 등을 동원해 강제 해산을 하는 것을 영상으로 접한 뒤 국내 건설 노조 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연대노조는, 자신들의 사용자이기도 한 일본 기업 태평양시멘트의 국내 시멘트 업체 쌍용양회 인수를 계기로 건설노조와 본격적으로 교류를 시작했다. 연대노조는 2002년 쌍용양회 노사 분쟁 때 건설노조에 투쟁기금 3,000만원을 보내 오기도 했다. 이후로도 두 노조는 매년 양국을 오가며 교류 행사를 한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2015년 건설노조의 타워크레인분과 간부 5명이 구속된 사건 때는 연대노조가 주일 한국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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