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유쾌한 반란이 일어났다. 지난 10~12일 3일 동안 공개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된 15곳의 당협(조직)위원장 인선 결과, 9곳에서 30ㆍ40대 정치 신인과 여성이 내로라하는 전ㆍ현직 의원을 누르고 선발된 것이다. 이런 흐름이 21대 총선 공천 및 당선으로 이어져 세대교체 등 새 바람을 몰고올지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낡고 늙은 이미지와 수구적 행태로 점철된 한국당에 변화를 가져오는 불씨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결코 과하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탈락자는 주중대사를 지낸 3선의 권영세 전 의원이다. 그는 서울 영등포을 지역구를 잃게 되자 용산으로 옮겨 지역 토박이인 60대 여성과 경합했으나 조직강화특위와 시민심사단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또 성남 분당을에선 비례대표 현직인 김순례 의원이 40대 정치 신인에게 고배를 들었고, 서울 양천을의 오경훈 전 의원과 강원 원주을의 이강후 전 의원도 각각 40대 변호사와 IT기업가에게 패했다. 15곳에 지원한 8명의 전ㆍ현직 의원 중 생존한 사람은 조해진(경남 밀양ㆍ창녕ㆍ함안ㆍ의령)과 류성걸(대구 동갑) 단 2명 뿐이었다.
서울 강남을에서 31세의 정치스타트업 대표가 전 서울시의원 등 쟁쟁한 경쟁자를 꺾고 부산 사하을에서 41세 여성 구의원이 승리한 사례, 서울 송파병에서 하버드대 출신 금수저가 쓴맛을 본 것 등도 눈길을 끈다. 경력이나 명망보다 열정과 투지가 감동과 공감을 끌어낸 ‘각본없는 드라마’가 연출된 셈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젊은 세대가 보여준 실력과 가능성에서 희망을 봤다”며 “한국당이 대안정당, 수권정당, 스마트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박수칠 만하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가 ‘찻잔 속 태풍’일 뿐이고 한국당 전체는 이런 변화와 쇄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 지도부는 조강특위가 결정하는 나머지 64곳의 공모 지역 인선도 오디션 기준을 적용해 내달 말 전당대회까지 바람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결과는 두고볼 일이다. 예고대로 황교안 전 총리가 주초 입당해 당권 도전 판도가 요동치면 계파갈등이 재연돼 쇄신이고 뭐고 다 날아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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