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용역업체 유착]
실적 나쁜 업체와 계약 땐 임금 동결도… 한수원 정규직과 임금격차
“3년마다 실적 좋은 업체랑 만나길 기도해야 한다니까요.”
3년마다 용역업체만 바뀌는 구조는 노동자들의 경제적 기대감을 차단한다. 매번 달라지는 업체 사정에 따라 요동치는 임금 협상에 휘둘리는 사이 저임금 고착화는 물론 노동자 간 임금 편차를 가속한다.
20년 경력의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 김상훈(가명)씨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수주를 여러 건 받은 용역업체랑 계약이 되면 임금상승을 약간이라도 기대하지만 이전에 수주 실적이 없다가 한 건을 따는 업체랑 하게 되면 연봉이 동결되는 식”이라며 “이런 계약이 3년 유지되고 몇 차례 실적이 좋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하면 같은 연차라도 연봉 격차가 상당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자 수가 모자라 과거처럼 고용 승계를 전제로 임금을 깎는 행태는 거의 사라졌지만 계약 시즌 때마다 실적 좋은 업체를 만나길 기대하는 불안한 마음은 변한 것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방사선 안전관리를 하는 한수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기본적으로 매년 노사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3년마다 업체만 바뀌는 탓에 새로 계약을 맺는 업체의 과거와 현재 수주 실적에 기반해 협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전 수주가 없던 업체가 수주를 하게 돼 노동자들과 계약할 때면 그간 손해 봤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이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적은 인상 폭을 제시하는 사례가 빈번하단 뜻이다.
지난해 10월 한수원 노무처가 제안한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안의 급여 체계가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당시 전환 조건은 ‘현 연봉 이상 지급, 경력 100% 인정’ 등이다. 경북 울진의 한 발전소 노동자 김동재(가명)씨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고용승계를 전제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깎아 퇴직자도 상당했다”라며 “정규직 전환이 되면 최소한의 호봉이라도 보장되는 등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구체적 안은 아니지만 최소한 경력을 인정해주고 임금 테이블을 만들어 동일 경력 간 편차를 줄일 것으로 기대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박한 임금에다 임금 결정 방식마저 일관성이 떨어져 한수원 정규직 직원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2017년 말 방사선안전관리 신입사원 공고를 낸 한 용역업체의 연봉을 보면 2,600만~2,800만원이다. 방사선 관리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ALIO)에 따르면 같은 해 한수원 신입사원 연봉의 경우 3,889만원으로 1,000만원가량 더 높다. 한수원의 임원을 제외한 정규직 1인당 연평균 보수액은 2013년 7,627만원에서 2017년 8,849만원으로 5년 간 16% 증가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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