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를 2월 초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이들 회사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지와 행사 범위 검토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맡겼다. 수탁자책임위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면 한진그룹은 지난해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적용을 받는 최초 사례가 된다.
기금운용위의 이번 결정은 일단 수탁자책임위라는 전문가 그룹에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수탁자책임위 위원 면면을 보면 사실상 방향이 정해진 것 아닌가 싶다. 위원 14명 중 절반 이상이 정부기관과 노동계 추천 인사고, 재계 추천 인사는 3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수탁자책임위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ㆍ개편한 조직으로 횡령ㆍ배임 같은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저배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제한적 경영 개입의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지분 12.45%)고,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3대 주주(지분 7.34%)다. 따라서 3월에 열릴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총수 일가를 비롯한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 반대의결권 등 주주권 행사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은 한진그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총수 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주가가 급락했는데도 국민연금의 개선대책 요구 서한에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요구가 비등했다.
기금 수익성을 높이고 손실을 줄이자는데 토를 달 이유는 없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은 투자 기업의 가치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과도한 경영 개입은 기업 경영활동을 저해하거나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을 정부 입맛대로 움직이려는 관치경영의 유혹에 빠져선 안 될 일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입김도 점차 줄여가야 한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끊임없이 보완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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