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나치 전격전(電擊戰)의 선봉은 탱크였고, 주력은 ‘티거’라 불리는 57톤의 ‘6호전차 티거 1(PzKpfw Ⅵ Ausf. E)’이었다. 독일국방군 21기갑사단 중전차대대 중대장 오토 카리우스(Otto Carius)는, 독일 입장에서는 ‘티거의 에이스이자 전쟁 영웅’이었다. 그는 전투에 나선 약 4년 동안 혼자 무려 150여대의 연합군 전차를 박살내 독일군 최고 영예 훈장 중 하나인 ‘곡엽기사철십자장(Knights Cross of the Iron Cross with Oak Leaves)’을 받았다.
물론 그는 나치 지지자였다. 고교 졸업 후 두 차례 자원 입대를 시도했다가 체중 미달로 탈락했고, 전쟁이 시작된 이듬해인 1940년 5월에야 겨우 입대해 보병 보충대대에 배치됐다. 체력이 약했던 그는 훈련 중 기갑병과(Panzer Corps)에 지원, 홀슈타인 푸틀로스에서 기갑전 기초훈련을 받은 뒤 기갑보충대대에 배속됐다. 그는 티거를 몰고 바르바로사 작전과 레닌그라드 공성전, 에스토니아 나르바 전투 등을 치르면서 최소 2차례 심각한 중상을 입어 가며, 탄약수에서 전차장으로, 502중전차대대와 512대대의 중대장으로 주로 최전방에서, 45년 3, 4월의 마지막 라인강 방어전투까지 치렀다.
티거뿐 아니라 당시 전차는 냉ㆍ난방 시스템이 없었다. 동부전선 소련과의 전투 당시 그들은 얼음창고 같은 전차 안에서 손만 닿아도 달라붙기 일쑤인 차가운 철판에 둘러싸여, 동상과 싸우며 전투를 치러야 했다. 전후 그는 패전한 조국의 초라한 전쟁 영웅으로 귀향,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한 뒤 ‘티거 약국(Tiger Apotheke)’이란 간판을 단 약국을 열어 2011년까지 운영했고, 2013년에야 한 작가의 도움을 받아 전쟁 경험을 담은 자서전 ‘진흙 속의 티거(Tigers in the Muds)’를 펴냈다.
거기 이런 문장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군법에 묶인 채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싸워야 했다. 고통과 추위와 배고픔으로 반쯤 넋이 나가 군법조차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 된 뒤에는 공포와 본능의 힘으로 싸웠다.” 그는 2015년 1월 2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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