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가 분열로 가면 중재라도 나서겠단 의미”라고 선 긋지만
황교안ㆍ홍준표 등판 움직임에… 金, 불출마 선언 번복할 가능성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2ㆍ27 전당대회와 관련해 23일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전당대회 재(再)등판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입당 이후 김 의원까지 움직이면서 당내 각 진영이 총력전에 나설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입장 발표를 예고했고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중진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는 화합과 통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단일성지도체제를 채택하며 이전투구(泥田鬪狗)로 갈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으로 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 “위기가 오면 나설 것”이라고 답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김 의원이 지난해 9월 19일 이후 4개월 만에 이날 중진회의에 참석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더 무게가 실렸다.
이에 김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전당대회가 분열로 가면 중재라도 나서겠다는 의미로 한 이야기”라며 “출마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현재로선 다른 후보를 도울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김 의원의 재등판론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그가 지난달 7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할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못 모셨던 핵심들, 탈당했다 복당한 사람 중에 주동적 입장에 있던 사람들, (6ㆍ13 지방)선거 참패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전대 출마를 안 하는 게 옳다. 저부터 실천하겠다”고 밝히면서 우회적으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의 불출마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15일 황 전 총리 입당 이후 그와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김 의원의 출마설도 재등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황 전 총리 출마로 당이 친박계와 비박계로 다시 쪼개지는 걸 우려하며 주변에 “전당대회 판이 아주 바람직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주 한ㆍ베트남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에게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을 받아온 김 위원장은 이날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일(24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당이 미래로 가느냐, 과거로 가느냐, 2020년 총선을 잘 치러야 하는 문제와 관련해 생각이 정리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출마를 예고했던 안상수, 김진태 의원도 이날 공식 출마회견을 가졌고, 당권주자로 거론된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이 하나되는 길, 미래로 가는 길, 승리로 가는 길과 제가 가야 할 길을 놓고 많은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보낸 결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애초 친박계 지원을 업을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최고위원은 황 전 총리 입당 이후 출마 여부를 고심해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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