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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앱ㆍ인스타그램과 ‘통합 카드’… 페북 메신저, 카톡 아성 한국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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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앱ㆍ인스타그램과 ‘통합 카드’… 페북 메신저, 카톡 아성 한국 흔들까

입력
2019.02.06 18:48
수정
2019.02.07 06:4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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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3개 메신저 앱 통합 고려” 정보유출 이후 위기 속 돌파구

2004년 미국 하버드대 학생 마크 저커버그의 기숙사에서 탄생한 페이스북이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2분기 주가가 한때 24%까지 떨어지는 등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1년째 ‘위기설’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지만,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이용해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려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카카오톡이 독점하고 있던 메신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출범 15주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15년 만에 무려 27억명의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가져온 사회 변화가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라고까지 말하며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려고 하지만, 나는 개인이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되면서 개방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회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

미국 대선 당시 5,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이어 지난해 해킹 사건까지 터지며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페이스북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젊은 세대 이용자 수가 골칫거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지난해 페이스북이 24세 이하 이용자 200만명을 잃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이스북이 대안으로 내놓은 해결책은 ‘통합’이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3개의 메신저 앱(페이스북메신저, 왓츠앱,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 통합을 고려 중”이라며 “2020년 이후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떠나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에 정착한 이용자들을 다시 같은 울타리 안에 가둘 수 있는 셈이다. 각각 2012년과 2014년 페이스북에 인수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페이스북과 중국의 위챗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NS로,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월 활성사용자수(MAU)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13억명, 왓츠앱 15억명, 인스타그램 10억명에 달한다. 각 메신저는 지금처럼 독립된 형태를 유지하면서 앱 사이에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림 1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로이터 연합뉴스
그림 1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로이터 연합뉴스

국민 대부분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페이스북 메신저의 영향력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특히 10대들이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로 몰려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국내 페이스북 메신저 MAU는 524만명으로 1위 카카오톡(2,931만명)의 5분의 1 수준이었지만, 30대 미만 MAU는 300만명으로 2년 전에 비해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페이스북 메신저 총 이용시간 중 13~18세 청소년들의 사용 비중이 60.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톡의 30대 미만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청소년들이 ‘페메’로 갈아타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피로도다. 카카오톡은 2010년 처음 등장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쇼핑ㆍ콘텐츠ㆍ간편결제 등 각종 서비스와 광고를 한 플랫폼 안에 담고 있다. 기능은 편리해졌지만 광고와 메시지 알림이 쉴새 없이 뜨는 탓에 메신저 사용이 목적인 이용자들에게는 다소 거추장스러운 면도 있다. 반면 페이스북 메신저는 2014년 별도 앱으로 분리되면서 메시지 전송에 집중하게 됐다. 송금 기능 등을 제외해 용량이 훨씬 적은 ‘라이트’ 버전도 따로 제공된다.

‘페메’의 장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는 이용자가 언제 마지막으로 앱에 접속했는지, 현재 접속 중인지, 해당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처럼 상대방이 메시지 읽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상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폰이나 상대 전화번호가 없어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대학생 김현서(21)씨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군인 친구들과 주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면서 “카톡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해 대학생이 돼서도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기성 세대와 구분되는 또래들과의 소통 창구가 되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청소년들이 페이스북을 떠나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에 둥지를 트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중학생 정모(15)양은 “카카오톡으로 말을 거는 사람은 부모님이나 선생님, 아니면 교회 사람들뿐이라 접속하지 않게 된다”며 “친구들과는 보통 ‘단펨(단체 페미스북 메신저 채팅방)’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연합뉴스

이런 변화는 카카오 입장에선 풀어야 할 숙제다.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진 10대들이 이용자경험(UX)을 20대, 30대까지 유지한다면 카카오톡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메신저 앱 시장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이의 메시지 장벽이 무너지는 것만으로도 SNS 사용량이 많은 젊은 세대에겐 영향이 클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빠져나가는 1020 세대를 붙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안주한다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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