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최대 수출국인 카타르가 28일 한ㆍ카타르 정상회담에서 새로 도입할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60척을 한국에 발주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지난해 전세계 LNG선 발주량(70척)에 맞먹는 물량이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25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 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일부러 져주고 보상으로 LNG 선을 수주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주장은 옳을까.
전문가들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조선업 전문 애널리스트인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LNG) 선박 원천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LNG선을 건조할 최고의 업체가 국내에 있는 것이지, 축구 경기 결과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조선업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2차 오일쇼크 이후 유가가 급락할 때 (조선업) 세계 1등이었던 일본은 유가 급락이 경기 불황의 시작이라고 판단해 (선박 건조시설인) 도크의 절반을 날려버리고 기술 인력들을 해고해 스스로 능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해고된 인력들은 대거 한국으로 유입돼 조선업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경쟁 상대는 아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이 배를 만들고 있기는 한데, 납기일이 지연되고 최초 예정 원가를 상회해 버리고 선주가 원하는 기술선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만들기 쉬운 게 벌크 선박인데 중국이 건조한 벌크 선박이 인도되자 마자 중고 가격이 50% 폭락한 최근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국내 조선업은 세계 경기 침체와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2016년을 전후해 구조조정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24일 발표한 ‘2018년 국가별 선박 수주실적 최종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발주량 1위를 탈환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 70척 중 66척(94%), 초대형 원유운반선 39척 중 34척(87%)을 수주하는 등 압도적인 수주 점유율을 기록했다.
조선업계는 이번에 카타르가 발주하는 LNG선 60척 대부분을 국내 업체가 수주해 수주 실적 세계 1위를 굳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가스 프로젝트’ 당시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45척을 한국 조선업체들이 독식한 사례를 거론하며 “LNG선 건조 경쟁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이번 발주에서도 한국이 물량을 휩쓸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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