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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논란 키운 물뽕... “입금 2시간뒤 배달” 쉽게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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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논란 키운 물뽕... “입금 2시간뒤 배달” 쉽게 구매

입력
2019.01.30 19:03
수정
2019.01.30 22:4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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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승리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으로 '물뽕'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 판매업자가 제시한 물뽕 사진.
빅뱅의 승리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으로 '물뽕'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 판매업자가 제시한 물뽕 사진.

“GHB(속칭 ‘물뽕’) 원액으로 팝니다. 입금 하시면 2시간 안에 퀵서비스로 보내드려요.”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촉한 물뽕 판매 업자 A씨는 “약효가 확실하다”며 제품 홍보를 시작했다. 제시한 가격은 15㎖ 들이 한 병에 26만원. 7~8번 정도 나눠 쓸 수 있는 양이란다. A씨는 “복용 10분 후부터 약발이 오르고 5시간 지속된다”며 “상대방 술 잔에 몰래 넣으면 감쪽같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튿날 여성의 기억이 희미해지는데 전부 술김에 흥분한 것 정도로만 기억한다”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복용 5시간 뒤면 성분이 전부 몸 밖으로 검출되고 몸에 해롭지도 않다”며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이래 저래 입길에 오르내리는 사건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물뽕’을 이용한 성폭행 의혹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클럽 관계자들에게 폭행당했다 주장한 김모(28)씨가 SNS를 통해 “클럽 관계자들이 술에 물뽕을 타서 성폭행한 여성들의 제보가 들어오고 방송사 촬영도 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버닝썬에서 진짜 물뽕이 있었느냐와 무관하게 데이트 강간 약물로 쓰인다는 ‘물뽕’에 관심이 집중됐다. 정식명칭이 GHB, 곧 ‘감마 히드록시 부티르산’인 이 약물은 신종 액체 마약이다. 중추신경 억제제의 일종이기에 술과 함께 마시면 취한 듯 몸이 쳐지면서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 심할 경우 뇌에 강한 쇼크를 줘 기절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2001년 향정신성약물로 지정됐다.

GHB가 데이트 강간 약물, 혹은 물뽕으로 불리는 건 단속이 쉽지 않아서다. 약간 짠 맛이 나지만 무색, 무취, 무미에 가깝다. 술에 타서 마시면 감지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검출도 잘 안 된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물뽕의 경우 보통 24 정도 시간 지나면 검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물뽕은 아무래도 적발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하게 물뽕 사건이라고 부를만한 사건은 드물다”면서 “지난해 보고된 물뽕 사건은 없다”라고 말했다.

2017년 마약류 사범 현황_박구원 기자
2017년 마약류 사범 현황_박구원 기자

문제는 이 때문에 남성들이 온라인상에서 물뽕을 구하려 들고, 여성들은 이 때문에 성폭행 공포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물뽕 판매업자 A씨는 “하루에도 30~50명의 남성들이 약물을 구매해 간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B씨는 실제 2016년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클럽에서 술 마시다 정신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 했다. B씨는 “한 잔 건네 받고 몇 분간 얘기하다 곧 기억을 잃었는데 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클럽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라며 “나도 손쉽게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피해가 발생해도 공개가 쉽지 않다. ‘클럽을 드나드는 여성’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존재해서다. 처벌도 약하다. 현행법상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이라 해도 ‘징역 3년 이상’으로 일반적인 강간죄와 처벌 수위가 같다.

한편, 버닝썬 폭행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이날 “김씨가 오히려 강제추행을 벌였다는 고소장을 접수해 피해 진술 확보했고 관련 CCTV 동영상을 김씨와 열람해서 1차 조사를 마쳤다”라며 “추후에 좀 더 객관적인 영상과 현장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서울경찰청은 이날 “광역수사대를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해 성폭행, 물뽕 범죄 등 제기되고 있는 추가 의혹에 대해 집중 내사를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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