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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ㆍ청주공항 적자 허덕이는데… 인근에 또 새만금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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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ㆍ청주공항 적자 허덕이는데… 인근에 또 새만금공항

입력
2019.01.31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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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조 예타 면제’ 후폭풍… 1시간 거리 무안과 이용객 겹칠 우려 

송하진(가운데) 전북도지사가 2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에 대한 간담회를 마치고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축하하고 있다. 뉴스1
송하진(가운데) 전북도지사가 29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에 대한 간담회를 마치고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축하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결정하자 또 다시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안ㆍ청주공항 등 서남부 지역 지방국제공항들이 모두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에 또 공항을 짓는 것은 ‘제 살 깎기’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만금 간척지 개발사업의 최종 청사진은 물론, 공항 입지마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공항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자칫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항공 수요의 적정성부터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적자 늪 헤매는 지방공항들 

정부는 새만금국제공항 신설로 △전북의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도약 기반 마련 △민간투자 유치 촉진 △복합전시리조트(MICE)ㆍ관광 등 연관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다수 지방공항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지방공항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김포ㆍ김해ㆍ제주ㆍ대구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공항은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 신세다. 30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10개 공항이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청주ㆍ무안ㆍ양양국제공항과 울산ㆍ여수ㆍ군산공항 등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무안국제공항은 2017년 139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국 14개 공항 중 적자 폭이 가장 컸다.

1997년 개항한 청주국제공항은 개항 19년 만인 2016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2017년 약 58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다시 적자 늪에 빠졌다. 90년대 후반 이용객이 한해 170만명에 이를 정도로 잘나갔던 울산공항도 이용객 감소로 적자가 누적돼 2017년 116억원의 적자를 냈다.

양양공항도 상황이 심각하다. 2017년 적자는 약 119억원에 달했다. 여수공항도 2013년 88억원에서 2017년 128억원으로 5년 만에 적자가 38.8% 급증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방공항 연간 순이익 추이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방공항 연간 순이익 추이_김경진기자

 ◇새만금 불똥 튄 무안ㆍ청주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신설은 중복투자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논란을 부르고 있다. 새만금에서 차량으로 불과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무안국제공항과 이용객이 겹치고 비행기 노선도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남고속철도(KTX) 무안공항 경유 노선이 확정되면서 소요시간은 앞으로 더 줄어든다. 새만금 간척지 인근 익산에서 무안공항까지 소요시간은 40여분에 불과해진다.

연간 수용능력 510만명의 무안국제공항은 서남권 중심공항을 목표로 2007년 말 개항했지만, 지난해 이용객이 32만명에 그치면서 매년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시간 거리에 지방공항이 또 개항하면 중복투자로 인해 두 공항이 모두 타격을 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충청권 일부 이용객도 끌어안을 수 있어 청주공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만금 신공항이 애물단지가 되는 건 물론, 자칫 무안과 청주공항까지 공멸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는 이유다.

 ◇”면밀 검증 없는 공항 신설은 무책임” 

현재는 새만금 간척지 개발사업 자체도 확정되지 않고 공항의 위치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8,000억원을 투입해 국제공항을 추진하는 계획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앞서 국토부는 2017년 조사에서 새만금공항 항공 수요로 2025년 67만명, 2055년 133만명을 예측했다. 하지만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 결과는 새만금 사업이 정상 추진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 하나만 고려한 것”이라며 “현재 새만금 개발은 당초 계획보다 매우 더디고 매립토 부족, 기업유치 부진 등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자칫 ‘불 꺼진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991년 착공한 새만금 간척지는 공사기간만 30년에 이르는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2017년 말에도 부지 조성 계획면적(291㎢) 대비 36.1%(105.1㎢)만 매립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산단 내에 입주계약 기업도 5~6곳에 불과하다. 특히 새만금 사업은 당초 ‘100% 농지’라는 목표에서 농업ㆍ산업ㆍ관광 복합용지와 태양광 단지 등 정권에 따라 방향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개발 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명확한 수요나 사업성 등을 좀 더 따져보고 입증해야 하는데 마스터플랜 없이 지역발전이나 숙원사업이란 이유로 밀어 부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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