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출산휴가 가려면 사표부터”… 꼼수에 우는 직장맘들
알림

“출산휴가 가려면 사표부터”… 꼼수에 우는 직장맘들

입력
2019.02.06 16:17
수정
2019.02.07 10:01
15면
0 0
직장 내 고충 유형별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직장 내 고충 유형별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회사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출산휴가 후 퇴사하겠다는 사직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출산휴가 3개월과 구직급여는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면서요.”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두게 된 한진희(가명)씨는 최근 다급하게 서울시 금천직장맘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당장 출산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퇴사 처리가 되자마자 “계약기간이 만료돼 출산휴가 3개월을 줄 의무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서다. 한씨의 사정을 접한 이 센터 노무사는 “5인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됐을 경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한씨는 사측과 대화를 재차 시도했고, 끝내 출산휴가 사용 승인도 받아냈다. 한씨는 “10년 이상 함께한 사장님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 육아휴직은 포기했지만 다음 회사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해 안심이 된다”며 “센터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한마디 항변도 못하고 당할 뻔 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금천직장맘지원센터는 6일 이런 내용의 ‘너나들이’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엔 2016년 7월부터 2년간 진행한 6,545건의 상담을 분석한 내용이 포함됐다.

상담 유형을 살펴보면 우선 육아휴직 등 일ㆍ가정 양립 관련 내용이 2,494건(3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로계약, 임금 등 노동권 상담 2,281건(35%), 출산 전후 휴가 등 모성보호 관련 사안이 1,770건(27%)으로 뒤를 따랐다. 센터 관계자는 “상담 분석 결과 많은 근로자들이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고 있었다”며 “관련 제도를 잘 모르거나 알아도 사업주의 거부로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씨 사례처럼 사측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부여를 조건으로 사직을 유도하는 경우는 현행법상의 한계로 지적됐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엔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법(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행되고 있는 일부 사업주의 꼼수 때문이다. 미리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금지시키는 한편 휴가 및 휴직 종료 후 사직을 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보고서에선 5인 미만 청소대행 업체에서 회계경리업무를 담당했던 한 여성이 출산휴가를 신청했다가 해고 위기에 놓였던 사례도 소개했다. 이 여성도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다 보니 법률적인 구제 방법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센터 노무사가 고용보험에서 출산휴가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돌아갈 불이익은 없다는 것을 사업주에게 충분히 안내했고 출산휴가 사용 후 권고 사직하는 형태로 접점을 찾았다. 센터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해고당할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렵다”며 “복직을 하더라도 괴롭힘 등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출산휴가ㆍ육아휴직 사용을 위한 조직문화 구축과 불승인 사업장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육아휴직 후 복직 시 원거리나 기피 업무에 배치하는 등 불이익을 주거나 출산휴가ㆍ육아휴직 사용 시 사업주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한 점 등 법적 사각지대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시는 금천직장맘지원센터를 비롯해 총 3곳의 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이 생활 근거지인 근로자라면 성별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상담 전화는 (02)852-0102로 하면 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