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 캠퍼스 소유한 문화재청
“2022년까지 비워야” 압박
문체부 “쉽게 결정할 사안 아냐
6개 후보지 검토 여부도 미정”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터에 입지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캠퍼스 이전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4년 내 짐을 꾸려야 하는 한예종과 캠퍼스 유치전을 벌여온 지방자치단체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한예종 관할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7일 “캠퍼스 이전은 부지 매입부터 건축비까지 5,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며 “중장기적으로 검토를 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고, 올해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문체부 산하 4년제 국립 특수대학 한예종은 현재 서울 성북구 석관동, 서초구 서초동, 종로구 와룡동 등 3곳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문제가 된 건 이중 석관동 캠퍼스다. 이 캠퍼스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의릉 능역 안에 위치해서다. 의릉 복원을 주관하고, 석관동 캠퍼스 땅을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청은 한예종에 5년의 시간을 줬다. 2017년 12월 국유재산관리위임을 2022년까지 연장해준 것. 그 안에 부지를 마련해 나가라는 얘기다.
하지만 문체부가 논의 자체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아까운 시간만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권한이 없는 한예종은 문체부만 바라보고 있다. 한예종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정부가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건축하는 분들은 10년을 잡기도 하던데 어디를 가게 되든 현재로써는 2022년까지 비우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체부지 찾기 전까지는 그래도 학생들이 있는데 기한이 됐으니 나가라고 하지는 않지 않겠냐”며 “그러면 관리위임 연장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결국 마감시한에 임박해 학생들만 볼모로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재청은 난색을 표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족본부 관계자는 “한예종이 2022년까지만 사용하고 나가겠다고 해서 그걸 조건으로 관리위임 연장을 허가해준 것”이라며 “2022년까지는 일단 위임했기에 우리가 이전에 대해 왈가왈부할 상황은 아니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빨리 나가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캠퍼스 유치를 희망해온 지자체들은 닭 쫓던 개 신세다. 한예종은 2016년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세 캠퍼스를 한 곳에 묶는 통합형 이전 후보지로 △경기 고양시 △서울 송파구 △인천 서구를, 석관동 캠퍼스만 우선 이전하는 네트워크형 이전 후보지로 △서울 서초구 △서울 노원구 △경기 과천시를 선정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캠퍼스 유치팀과 유치위원회를 꾸리는 등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마저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6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검토할 것인지 여부도 확정된 게 없다”며 “연구용역 자체가 문체부 본부와 조율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문체부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없다”며 “한예종 유치를 간절히 바라지만 저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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