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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잡음 속에 출발… 유전자 검사 완화, 부처간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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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잡음 속에 출발… 유전자 검사 완화, 부처간 엇박자

입력
2019.02.14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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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질병분야 적용 일러” 기업들 “투트랙 규제 완화에 혼선” 국생위 “안전장치 없다”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뇌졸중, 위암, 파키슨병 등 질병과 관련해 의료기관이 아닌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했지만, 부처간 ‘엇박자’로 업계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질병 분야로의 유전자검사 범위 확대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해 이를 제외하고 웰니스(건강증진) 분야로 한정한 시범사업을 곧 시작한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질병 분야에 대해, 그것도 특정 업체에 대해서만 연구 빗장을 풀어줬다는 것이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도입된 ‘소비자 직접 의뢰’(DTCㆍDirect to Consumer) 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소비자가 진단키트에 혈액이나 타액 표본을 담아 보내는 식으로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질병은 제외하고 혈당ㆍ탈모ㆍ피부 등 12개 건강증진 항목에 한해서만 허용돼 왔다.

검사 항목 확대를 원하는 업계 요청에 따라 산업부와 복지부는 2016년 말부터 의료계ㆍ산업계ㆍ학계 인사가 참여하는 DTC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 왔다. 애초 12개 항목을 150여개로 크게 늘리는 규제 개선안이 제안됐으나, 지난해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국생위)가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에 앞서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질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질병을 제외한 건강증진 항목을 확대하는 ‘DTC 인증제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14일 참여 업체 공고를 낼 계획이었다.

시범사업 공고를 불과 사흘 앞둔 11일, 그동안 업계를 대표해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 왔던 ㈜마크로젠이 신청한 연구사업이 산업부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게 됐다. 마크로젠은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에 거주하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뇌졸중,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파킨슨병 등 13개 질병을 포함한 25가지 유전자 검사 연구 사업을 하게 된다.

복지부 주도 시범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던 기업들로서는 ‘투 트랙 규제완화’에 대한 혼선을 호소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총 5개 업체가 산업부에 실증특례를 신청했지만 1개 업체만 통과해 남은 기업들은 복지부 시범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며 “설사 산업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연구 기회를 얻어도 실제 사업을 하려면 복지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DTC 유전자 검사를 질병 분야로 확대하면 국민 불안감을 부추겨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신중론’을 펼치던 국생위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생위 민간위원인 신영전 한양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연구 목적이라도 질병 분야 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한 것은 최종 심의기관인 국생위 결정을 무시한 것”이라며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없이 질병 분야 연구를 허용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자 산업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의 실증특례는 연구를 꼭 하고 싶은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일부 길만 터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DTC 유전자 검사를 질병 분야로 확대하는 것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범사업엔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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