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보고서… 2020년대 초 중국이 추월할 수도
2011년 미국 대비 3분의1 수준이던 중국의 군비지출이 5년 사이 폭증, 2016년에는 3분의2 수준에 육박한 사실이 미국 정부의 최신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런 추세라면 구매력으로 환산한 중국의 국방예산이 2020년대 초반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여, 경제패권에 머물고 있는 두 강대국의 경쟁이 군사 부문에서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18년 세계 군비지출 및 무기이전’(WMEAT)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군비지출을 시장환율 대신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PPP)기준 환율로 산출한 결과, 2016년 미국과 중국의 군비지출이 각각 6,560억달러와 4,160억달러로 평가됐다. 미국 지출액은 전년도(6,410억달러)와 비슷했으나, 중국은 340억달러나 늘어난 수치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국방 지출을 억제한 반면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에 나타난 중국 군비 규모가 그간 알려졌던 액수를 상회하는 것은 중국 군비 증강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미국이 중국 정부가 공식 예산편성 과정에서 숨긴 군비 지출 내역을 샅샅이 조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절대 규모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이런 추세라면 중국의 군비지출이 미국을 넘어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미국(7,390억 달러)의 35%에 불과했던 중국(2,590억달러)이 단기간에 군비 지출격차를 3분의 2 수준까지 줄였기 때문이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진행 중인 중국의 군비 확장은 주로 최첨단 무기체계 개발ㆍ도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최근 발간한 중국 군사력에 대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화된 무기 체계를 실전 배치하기 직전이며, 일부 분야에선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 무기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H-6K 전략폭격기, CJ-20 순항미사일 등으로 괌 미군기지를 공격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중국 국방 예산이 미사일과 항공모함 등 첨단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 투입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에 견줄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출 것이란 미군 수뇌부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구매력기준으로 평가했을 경우 2016년 중국 다음으로 군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나라는 인도로 2,080억달러에 달했다. 이어 러시아가 1,960억달러, 사우디도 1,890억달러로 각각 4,5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0위(488억달러)에 올랐다. 2016년 한해 무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지구촌 전체 무기 수출의 78%를 차지한 미국(1,500억 달러)이었다. 러시아(119억달러)와 독일(54억달러), 프랑스(42억달러), 중국(28억달러)이 2~5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국무부는 2014~2016년 기간 미국이 210억 달러에 달하는 미제 무기를 '북한'에 수출했다고 명시해 혼선이 빚어졌다. 북미 간 방산물품 거래가 존재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실무 차원의 착오에 따른 오기(誤記)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기 수출 규모는 ‘0’으로 돼 있어 남ㆍ북한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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