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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은 페미충 영화” 인터넷 설전에 평점 테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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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은 페미충 영화” 인터넷 설전에 평점 테러까지

입력
2019.03.07 18:18
수정
2019.03.07 20: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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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은 페미니즘 영화일까. 영화 개봉 이후 온라인 게시판이 페미니즘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캡틴 마블’은 페미니즘 영화일까. 영화 개봉 이후 온라인 게시판이 페미니즘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캡틴 페미, 페미충 영화다.” “캡틴 마블이 여성 우월주의이면 캡틴 아메리카는 남성 우월주의 아닌가.”

마블 스튜디오가 새롭게 선보인 여성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이 페미니즘 이슈를 둘러싼 장외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영화 게시판은 ‘반 페미니즘 성향’ 네티즌과 ‘반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네티즌이 치고 받는 설전으로 도배됐고, 무차별적인 ‘평점 테러’도 벌어지고 있다. ‘캡틴 마블’이 남녀 성 갈등의 격전지가 된 양상이다.

기존 남성 슈퍼히어로들처럼 영화 속 캡틴 마블(브리 라슨)도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면서 내면의 힘을 깨닫고 강력한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전형적인 영웅 탄생 서사이지만, 여성의 주체성 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영화 개봉 전부터 ‘여성 우월주의’라며 반감을 드러냈던 네티즌은 극단적 혐오 반응까지 보이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란과 주요 영화 사이트에 집단적으로 최하점인 1점(10점 만점)을 매겨 평균 평점을 떨어뜨리는 식이다.

7일 오후 5시 기준 네이버 평점 참여 네티즌은 9,500여명, 평균 평점은 5.55점이다. 지난해 개봉했던 마블 영화 3편과 비교해도 평점이 현저히 낮다. ‘블랙 팬서’는 7.50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8.95점, ‘앤트맨과 와스프’는 8.62점이었다. ‘캡틴 마블’을 옹호하는 네티즌은 10점 만점으로 평점 테러에 응수하고 있다. 1점 평가자가 전체 41%, 10점 만점 평가자가 35%로, 평점이 양 극단으로 갈릴 만큼 대립이 첨예하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 영화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지난 몇 주 간 게시판이 페미니즘 이슈로 들끓었다. 급기야 로튼토마토가 개봉 전 영화에는 코멘트를 달 수 없도록 게시판을 닫기도 했다. 주연배우 브리 라슨의 외모를 비하하며 ‘미스 캐스팅’을 주장하는 게시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범람했다.

‘캡틴 마블’은 미국과 유럽에서 현지시간 8일 개봉한다. 세계 여성의 날이다. 공동 연출자 중 한 명은 여성 감독인 애너 보든이고, 시나리오 작업에도 여성 작가들이 참여했다. 라슨은 지난해 해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캡틴 마블’은 페미니즘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라슨의 발언 이후 반 페미니즘 네티즌의 맹공이 시작됐지만, 마블은 오히려 페미니즘 이슈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주인공이 정체성을 고뇌하며 성장하는 서사는 과거엔 남성 캐릭터에만 주어졌던 것”이라며 “‘캡틴 마블’은 슈퍼히어로 장르의 관습 안에 있으면서도 페미니즘을 여성의 주체성 회복 문제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확실한 지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캡틴 마블’은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와 다음달 말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이어 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일찌감치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여기에 페미니즘 논쟁까지 더해지면서 화제성이 배가됐다. 개봉일인 6일 하루 동안 46만1,676명(영화진흥위원회)이 관람했다. 전국 스크린 수 2,016개, 상영 횟수 1만1,017회로 상영 점유율이 61%에 달했다. 7일 오후 5시 기준 예매 관객은 46만명으로, 실시간 예매율이 90%를 웃돈다.

온라인 게시판의 성 갈등과는 별개로, 개봉 당일 관객 성비는 남성이 52.8%, 여성이 47.2%로 남성이 더 많았다(CGV리서치센터조사). 지난주 전체 관객 남녀 성비가 각각 34.2%와 65.8%로 여성이 두 배 가까이 높았던 것과 대조된다. 남성 관객의 높은 비율은 다른 마블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영화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는 높이 평가받는 만큼 외부 이슈가 흥행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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