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환자 늘고 있지만 10년째 의료보장 제자리 걸음
‘두경부암’은 생소한 암이다. 눈ㆍ뇌ㆍ귀ㆍ갑상선을 제외한 목ㆍ얼굴에서 생기는 모든 암을 지칭한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가 2017년 2만명을 넘어설 정도이지만 증상이 있어도 스스로 환자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숨쉬기ㆍ말하기ㆍ음식섭취 등 일상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신체기관이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전체 두경부암 환자 4명 가운데 3명의 발병 원인은 흡연과 음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최근 자궁경부암 위험인자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인한 발병이 크게 늘고 있다. 이영찬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흡연 인구 감소에 따라 두경부암 가운데 구강암, 후두암 발병은 줄고 있지만 HPV에 의한 인두암은 늘고 있다”고 했다.
두경부암은 조기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국소로 진행됐을 때에도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80~90%가 5년 이상 생존한다. 하지만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면 항암치료 후에도 재발하거나 전이될 위험이 높다. 중앙암등록본부 암등록 통계(2015년)에 따르면 전이성 두경부암의 5년 생존율은 23%로, 국내 사망원인 1위인 폐암(26.7%)과 비슷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두경부암은 발생 부위에 따라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등으로 구분한다. 구강암은 혀와 볼 점막, 잇몸, 입천장, 입술, 턱뼈 등 입안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인ㆍ후두암은 호흡 경로, 발성 기능, 음식물의 통로, 기도 보호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목에 생기는 암이다.
구강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입안이 헐었다 △입안에 하얗거나 붉은 병변이 있다 △혀나 입안이 아프다 △입안에 혹이 만져진다 등이다. 이 같은 증상이 2~3주가 지나도 계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인ㆍ후두암은 △목소리 변화 △목에 혹이 만져짐 △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느낌 △음식물을 삼키기 불편함 △목이 아픈 증상 등이다. 이 가운데 목소리 변화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대개 수 주나 수개월에 걸쳐 점점 심하게 목소리가 변한다. 인ㆍ후두암은 남성 비율이 90% 정도나 된다.
은영규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표적인 증상들은 평소 무심코 넘길 정도로 특징적이지 않다”며 “장기간 해당 증상이 지속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찾아 조기 진단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구강암 치료는 수술과 방사선ㆍ항암으로 구분된다. 수술은 이비인후과와 구강악안면외과의 협진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이비인후과는 암의 완전 절제를, 구강악안면외과는 암 제거 부분의 재건을 맡는다. 암수술과 재건이 동시에 진행하는 고난도 수술이어서 수술 전 시뮬레이션과 3D프린팅으로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 인후두암은 입안을 통해 외부절개 없이 진행하는 경구강 로봇수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두경부암 환자들이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환자 수가 적고 치료 옵션도 제한적인데 건강보험 혜택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윤탁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전이성 두경부암 환자의 의료보장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환자 2만명을 기준으로 희귀질환을 구분하는데, 두경부암은 인구 고령화로 환자 수가 늘어 더 이상 희귀암이 아니다”며 “하지만 두경부암 환자들은 아직까지 치료 공백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체 암 환자 중 1%에 불과한 소수암이여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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