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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으름장에도… 미국, 비핵화 빅딜 해법 고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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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으름장에도… 미국, 비핵화 빅딜 해법 고수할 듯

입력
2019.03.15 17:30
수정
2019.03.15 23: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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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핵실험 안한다 약속”... 볼턴도 “최선희 주장 부정확” 일축

北미사일 발사 재개 안하면 제재압박 수위도 강화 안할 듯… 金 발언이 분수령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와 외교관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와 외교관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비핵화 대화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북한의 돌연한 ‘벼랑 끝 전술’ 전환에도 불구,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굳어진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재 수위를 더 높이거나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보단, 일단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공산이 크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측의 ‘점잖은’ 반응에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미국이 기이한 협상 태도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 대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정확하다”고 일축했다. 최 부상에 의해 볼턴 보좌관과 함께 하노이 협상을 망친 주범으로 지목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ㆍ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최 부상이 미국을 향해 ‘강도 같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이 이런 표현을 쓴 건 처음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비난하는 ‘맞대응’을 삼간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은 ‘매파’ 볼턴 보좌관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북한이 제안한 ‘단계적 접근’ 대신 ‘빅딜 아니면 노딜’ 식의 협상 의사를 피력해 왔다. 이날 배수진을 치고 나선 북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순 있지만, 북한의 요구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이다. 김 위원장과의 ‘톱 다운’ 방식 협상에 기대감을 가졌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후 과거의 미국 정권이 겪었던 대북 협상의 어려움을 깨달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각각 강경파와 온건파로 구별됐던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돌아가며 언론에 출연해 북한과의 ‘빅 딜’만이 미국의 전략이라고 강조하는 건 최고통치권자의 교통정리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비둘기파였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빅 딜’론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 일괄 타결의 ‘빅 딜’ 접근법에 대해 “미 행정부가 완전하게 일치를 보는 입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행정부 내 누구도 단계적 접근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8일 언급을 재확인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변수의 부상도 이유로 꼽힌다. 남미에서 미국의 20년 숙적이 된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을 무너뜨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유사한 수준의 외교적 성취를 얻게 된다. 백악관이 최근 미국 민주당 일각의 급진 세력을 ‘사회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공격하는 것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포석이다. 지난달 말 볼턴 보좌관이 당초 예정했던 방한 일정을 취소하고 베네수엘라 문제에 전념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물론 양보를 않는다는 게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실험ㆍ미사일 발사 유예가 유지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들의 잘못된 협상 전철을 밟지 않겠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또는 핵 실험 등을 재개하지 않는 이상 △전면적 원유금수 △해상봉쇄 △한미훈련ㆍ전략자산 전개 등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판 자체를 깨지 않겠다는 의지다. 비핵화 협상 무대로 나온 북한이 다시 엇나가는 건 막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미국이 먼저 도발했다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먼저 비핵화 협상 구도를 뒤흔들었다는 국제사회 평가가 나온 다음에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채찍’만으로는 토라진 북한을 달랠 수 없는 만큼 미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북미 간 협상 재개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미국이 다른 좋은 방안을 가져오는 등의 방법이 없다면 북한이 미국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최선희 부상이 예고한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발언이 나와야 미국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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