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시 담낭벽 두께 3㎜ 이상이면 ‘담낭벽 비후’ 진단
김모(38)씨는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담낭벽이 두꺼워졌으니 3개월 뒤에 재검진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질환이라고 설명을 들은 것도 아니고 딱히 아픈 곳도 없는 것 같은데 담낭벽이 두꺼우면 왜 문제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부초음파ㆍCT로 발견할 수 있어
건강검진으로 담낭벽 비후가 있다(담낭벽이 두꺼워짐)는 말을 듣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담낭벽이 두꺼워졌다는 것은 담낭 용종에서 심하면 담낭암의 징조라는 뜻이다. 따라서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
담낭은 말랑말랑하고 주위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급성 담낭염이 아니면 담낭벽 비후만으로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담낭벽 비후와 함께 담석이 있다면 담석에 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담낭암은 침범 정도에 따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담낭 용종도 용종 일부가 떨어져 나와 담석처럼 담낭 입구를 막아 복통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담낭벽 비후는 복부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발견된다. 담낭을 잘 관찰하려면 충분한 금식 기간이 필요하다. 금식하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식사 전까지 담낭 내 저장되므로 담낭은 풍선처럼 팽창된다. 이 시점에서 담낭을 관찰하고 이때 측정한 담낭벽 두께가 3㎜ 이상이면 담낭벽이 두꺼워졌다고 한다.
따라서 충분히 금식하지 않고 서둘러 검사하면 정상이라도 담낭이 쭈그러지게 돼 담낭벽 비후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충분히 금식한 상태에서 검사를 받아야 담낭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어느 층에서 어떤 형태로 두꺼워졌는지가 관건
담낭벽은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어느 층이 어떠한 형태로 두꺼워졌는지에 따라 다양한 담낭질환을 감별하게 된다. 흔히 담낭벽의 첫 번째 층인 점막층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있으면서 작은 용종이 담낭벽에 깔려 있다면 콜레스테롤증에 동반된 ‘콜레스테롤 용종’으로 진단한다. 이때는 특별히 치료하지 않는다.
담낭 선근종증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층인 점막층과 근육층이 두꺼워지고 두꺼워진 벽 내에 작은 낭들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직접적인 담낭질환은 아니지만 전신상태가 불량한 간경변,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담낭벽 비후가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주로 담낭의 세 번째 층이 부종처럼 두꺼워 보이기도 한다. 이밖에 담낭벽 층이 부서지지 않고 매끈한지, 결손이 없는지 확인을 통해 담낭암을 감별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복부초음파검사는 담낭벽 비후는 확인할 수는 있지만 담낭벽 층별 확인 및 비후 구조의 자세한 관찰은 어렵다. 따라서 복부초음파검사에서 전형적 소견을 관찰할 수 없다면 감별 진단을 위해 추가 검사를 시행한다.
무증상에서 발견된 담낭벽 비후는 대부분 병변이 작아 CT에서도 감별이 어려워 정밀한 내시경초음파(EUS) 검사가 우선 추천된다. EUS검사는 비만, 장내 가스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고성능 초음파를 담낭에 직접 맞대어 시행하는 검사다. 담낭 벽의 3층 구조는 물론 두꺼워진 양상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검사법이다.
담낭벽 비후 원인의 대부분은 양성질환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정확히 진단해 조기 담낭암이거나 암으로 악화할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낭 용종의 경우 일부에서 전암 단계인 선종일 때가 있고, 선근종증도 형태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암으로 악화하는 형태도 있다. 만성담낭염의 경우도 두꺼워진 양상에 따라 담낭암과 감별이 어렵기도 해 한 번은 정확히 검사를 해야 담낭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조기 담낭암은 증상이 있는 담석증 또는 무증상 담낭벽 비후로 수술하면서 조기 암으로 확진되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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