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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 후보자들의 사과로 점철된 인사청문회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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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 후보자들의 사과로 점철된 인사청문회가 의미하는 것

입력
2019.03.2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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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SNS에 올린 막말 등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 추미애 의원을 ‘감염된 좀비’라고 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왕자씨 사건은 통과 의례’라고 한데 대해서도 “유족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반성한다”며 뉘우쳤다. 8차례나 다운계약서를 쓴 사실도 “챙기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같은 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4차례 위장 전입 문제를 추궁하는 야당 의원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거듭 사죄했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딸들에게 수억원을 물려주고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사과청문회가 된 셈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업무 능력과 자질 등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자리다. 장관 후보자는 업무 수행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있는 그대로 밝혀 적임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장관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일단 바짝 엎드린 자세로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은 무조건 사과부터 해서 청문회만 통과하고 보자’는 심산으로 나선 듯 보인다.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엔 아예 답을 피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 후보자는 당초 천안함 사건을 우발적이라고 했다가 북한 어뢰공격이 침몰 원인이라고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제 입장은 일관되게 정부 입장 그대로”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천안함 폭침 5주기에 해병대를 방문하자 그가 ‘군복 입고 쇼나 한다’고 비난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가 본심을 숨긴 채 진정성 없는 사과 몇 마디 하고 고개만 숙이면 통과할 수 있는 요식절차가 아니다.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데는 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든 여야의 책임이 크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청문 결과를 무시하고 부적격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것도 한 원인이다. 문 대통령이 먼저 이런 폐습과 단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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