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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되바라진 발칙함이 젊은 작가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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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되바라진 발칙함이 젊은 작가 미덕!”

입력
2019.03.28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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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가 생각하기에 젊은 작가의 미덕은 ‘되바라진 발칙함’이다. 이한호기자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가 생각하기에 젊은 작가의 미덕은 ‘되바라진 발칙함’이다. 이한호기자

그는 요새 ‘잘’ 나간다. 2016년 등단해 2년 만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같은 상의 대상까지 탔다. 첫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2018)는 1만 부 판매 능선을 넘어섰고, 표제작은 미국 문예지 ‘World Without Borders’에 실려 올해 수록 소설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밀려드는 청탁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토로가 과장이 아닌 것이, 요즘 어떤 문예지를 들춰 봐도 그의 이름이 있다. 최근에는 소설 쓰기와 병행했던 직장 생활을 접고 ‘전업 작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소설가 박상영(31) 이야기다.

“작가 한 명에게 이만큼의 ‘운’이 선사되는 게 아주 드문 일이란 걸 알아요. 이런 기회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망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 싶어서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 뒀죠.”

전업 작가가 되기로 마음 먹은 그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물 만났다’는 상찬을 듣는 소설들이다. 지난해 발표한 단편 ‘재희’와 중편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책으로 엮이지 않았음에도 뜨겁게 사랑 받고 있다. “이전에는 평론가들한테만 반응이 왔다면, ‘재희’부터는 독자들에게 소설 잘 읽었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재희’를 기점으로 서사가 확장되면서 독자 층이 넓어졌다. 이전까지는 ‘퀴어 문학’이란 말을 빼고 박 작가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게이 화자가 지난한 연애사를 털어놓는 것’이 박 작가 소설의 반복되는 구조였다. ‘게이 화자’는 남았지만, 핵심 인물은 바뀌었다. ‘재희’는 여성 친구가, ‘우럭 한점’은 작가의 엄마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제 소설이 퀴어 문학으로 읽히는 것에 거부감은 없어요. 단, 제가 ‘퀴어 작가’로 명명돼 소설에 담긴 다른 요소가 간과되는 건 걱정이죠. ‘재희’에서는 대학 사회 내 여혐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우럭 한 점’에는 IMF 세대의 좌절을 담고 싶었어요.”

지난해 출간된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꾸준히 팔려 베스트셀러 기준이 된다는 1만부 능선을 넘어섰고,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펴내는 '소설 보다'에 실린 단편 '재희'는 작가가 서사적 성장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출간된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꾸준히 팔려 베스트셀러 기준이 된다는 1만부 능선을 넘어섰고,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펴내는 '소설 보다'에 실린 단편 '재희'는 작가가 서사적 성장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는다.

박 작가 역시 중산층의 몰락을 겪은 ‘IMF 키드’다. 그는 좌절의 와중에도 열심히 책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오랫동안 품어 왔다.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며 느슨하게 이어지던 습작은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불이 붙었다. “잡지사가 첫 직장이었는데 이상한 ‘갈굼 문화’가 있었어요. 한번은 다같이 마감을 하다 족발을 시켜 먹는데 간장 뚜껑을 안 열었다고 저한테 뭐라고 하는 거에요. 월급도 잘 안주면서요. 그렇게 6개월 일하고 나니까 분노가 가득 쌓였고, 그걸 어딘가에 털어놓자고 쓴 소설이 첫 소설집에 들어 있어요.”

‘퀴어 문학’의 대표 주자로 조명 받으며 승승장구 해온 것처럼만 보이지만, 그에게도 그늘이 있다. 퀴어를 ‘거북하게’ 보는 시선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 좋은데 동성애 섹스신 같은 징그러운 건 좀 빼고 쓰면 안되나?” 문단 뒤풀이 자리에서 원로 작가가 면전에서 했다는 말이다. “퀴어 영화는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해 보편화됐고, 시만 해도 황병승, 김현이라는 이름이 이미 있어요. 소설에는 퀴어가 이제서야 도착했어요. 소설이 그만큼 보수적인 동네였던 거죠.”

[DSC_0045-1]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 이한호기자
[DSC_0045-1]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 작가. 이한호기자

박 작가가 보기에 소설은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낡은 감각’ 투성이다. “소설 속에선 아무렇지 않게 강간해서 결혼하고 웃으면서 잘 살잖아요. ‘성매매 소설’은 예술로 받아들이면서 퀴어는 이상하게 보는 가부장적인 감각이 이해 안 돼요. 저는 멋있어 보이고 싶지 않아요. 젊은 작가의 미덕이 딴 게 있나요? 되바라진 발칙함, 그리고 멋 안 부리는 거죠.”

패기로 가득 찬 젊은 작가, 박 작가는 쓸 이야기도, 쓰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올 여름부터 문학동네 카페에서 장편소설을 연재할 예정이다. “대구 수성못을 배경으로, 백골 변사체가 발견된 와중에 10대 고등학생이 연애를 하는 이야기”란다. ‘퀴어’에 가두기에는, 박 작가의 이야기 세계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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