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발 두통 있으면 85%가 직장생활 힘들어
‘군발 두통(群發 頭痛ㆍCluster headache)’을 앓으면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군발 두통은 눈물ㆍ콧물을 동반한 극심한 두통으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며 1∼3달 동안 증상이 지속된다. 긴장형 두통(50%)과 편두통(30%)이 국내 두통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군발 두통은 0.1% 정도에 그친다.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는 긴장형 두통이나 편두통과 달리 군발 두통은 남성에서 4배 정도 많다. 사회활동이 왕성한 20∼40대 청ㆍ장년층에서 흔히 나타난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2016년 9월∼2018년 2월 15개 병원에서 직장인 233명(군발 두통 환자 143명, 편두통ㆍ긴장형 두통 환자 38명, 두통 없는 52명)을 대상으로 두통에 따른 직장 내 어려움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군발 두통 환자의 85%가 직장 관련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두통 없는 사람(37%)보다 2배가 넘고, 편두통ㆍ긴장형 두통 환자군의 64%보다 높은 수치다.
직장 관련 어려움(복수응답 가능)으로는 업무능력 감소가 60.6%로 가장 많았다. 병가 사용(39.4%), 직장 내외 활동 참여 감소(36.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군발 두통으로 인한 구직실패와 실직, 자발적 퇴사 등도 어려움으로 꼽혔다.
특히 군발 두통 환자들은 병가 사용률이 편두통ㆍ긴장형 두통 환자나 두통 없는 직장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편두통ㆍ긴장형 두통 환자의 병가 사용 비율은 13.9%, 두통 없는 직장인은 3.8%인 반면 군발 두통 환자의 병가 사용률은 39.4%였다.
또 환자들의 나이, 성별, 우울 및 불안, 스트레스 수준 등의 요인을 보정하면 군발 두통으로 인한 직장생활 어려움은 두통이 없는 직장인보다 8배 많았고, 병가 사용 확률은 15배나 높게 나타났다.
군발 두통은 한쪽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아픈 머리 쪽에 눈의 결막 충혈과 눈물, 콧물, 코막힘, 땀 등 자율신경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통증은 자율신경증상이 나타난 쪽의 눈 뒤나 관자놀이에서 시작돼 앞머리, 턱, 귀로 서서히 퍼진다. 새벽 같은 특정 시간대와 봄, 가을로 접어드는 환절기에 주로 나타난다.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은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증상이 이어지는 반면 군발 두통은 한 번 시작되면 10분 정도 통증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평균 1∼2시간, 최대 3시간 돼야 잦아든다. 편두통과 긴장형 두통은 머리 양쪽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도 군발 두통과 차이다.
조 교수는 “군발 두통은 1∼3개월에 걸쳐 매일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수개월에서 수년간 증상이 전혀 없어 진단이 늦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군발 두통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국내 환자들에겐 치료법의 선택 폭이 넓지 않다. 미국의 경우 주사 약물이나 코 흡입제, 신경자극기 등 두통 완화에 효과적인 다양한 치료법이 허가돼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못하다.
군발 두통은 짧고 심한 통증이 특징이므로 빠른 효과를 보이는 치료를 해야 한다. ‘산소 흡입 치료’가 급성기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 치료법은 두통 시작부터 고농도(100%) 산소를 분당 6∼12L씩 15분간 흡입하는 방식이다. 효과가 부족하면 분당 15L로 흡입량을 늘릴 수 있다.
조 교수는 "군발 두통은 100%의 고농도 산소를 15분간 흡입하면 개선될 수 있다"며 "재택 산소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산소치료 처방전 개정 등 군발 두통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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