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한복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경계 메시지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루살렘은 특정 종교의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땅이라고 공언하면서 아랍권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와의 공동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은 모두의 평화의 상징”이라며 “기독교인ㆍ유대인ㆍ무슬림 등 3개 유일신 종교 신자들에겐 특히나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종교와 다양한 문화적ㆍ영적 특성을 지닌 예루살렘의 정체성은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내놓은 ‘골란고원 선언’에 대한 종교적 반박의 성격이 짙다. 골란고원은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으로 유엔은 이를 불법점령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고 선언했고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교황으로서는 34년만에 방문한 모로코가 북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임을 감안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하산타워에 모여든 수천명의 군중 앞에서 “(모든 종교인들에게)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항하는 일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갖고 있는 건 종교가 아니라 종교에 대한 무지”라며 “종교가 더 이상 무지와 편협의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모로코는 전체 인구 3,600만명 가운데 99%가 이슬람 신자이며 가톨릭 신자는 1%도 안되는 2만3,000명에 불과하다. 온건한 무슬림을 지향하고 있지만 냉담신자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으며 개종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다른 종교인의 설교 행위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정도로 엄격한 이슬람 국가여서 교황의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이날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로코가 이민자들을 보호하는 일을 지속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민자 문제는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장벽을 높이고 두려움을 조성하거나 도움을 거절하는 것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모로코에는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온 이민자 8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정치적 난민도 수천여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연설 뒤 이슬람 지도자를 양성하는 모하메드 6세 교육원과 가톨릭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난민센터도 방문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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