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스타PD들 연봉 대박]
나 PD 성과급만 38억… ‘슬기로운 감빵생활’ 신원호 27억 받아
광고 수익ㆍ판권 판매 증가 큰 몫… 지상파 PD 이탈 가속 가능성
미디어그룹 CJ ENM 소속 나영석 PD와 신원호 PD가 지난해 수십 억원대 연봉을 받았다. CJ ENM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23억2,700만원)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26억4,000만원)보다 높은 연봉이라 화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PD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나온 결과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의 영향력이 커지고 채널간 영상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PD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CJ ENM은 지난해 나 PD와 신 PD에게 연봉으로 각각 40억원과 27억원을 지급했다고 1일 공시했다. 이들의 급여는 각각 2억1,500만원과 9,900만원이었지만, 콘텐츠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에서 ‘대박’을 이뤄냈다. 나 PD는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가 최고 시청률 19.4%(닐슨 코리아 집계)를 기록했으며, 신 PD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했다.
나 PD와 신 PD만 연봉 수십억원을 받은 게 아니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CJ ENM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소속) PD는 지난해 인센티브로 4억7,000만원을 지급받는 등 총 21억7,000만원(주식 소득 포함)을 벌었다. 박준화(스튜디오드래곤 소속) PD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성과 등으로 인센티브 11억2,000만원을 포함해 총 13억3,000만원을 받았다. 케이블채널 Mnet에서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기획하다가 2017년 YG엔터테테인먼트(YG)로 이직한 한동철 PD의 지난해 연봉은 9억원이다. 양현석 YG 회장이 받은 8억4,000만원보다 높은 액수다.
나 PD 등에게 수십 억원대 성과급이 주어진 데는 높은 광고 수익이 큰 몫을 했다. CJ ENM은 지난해 미디어(방송)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80.4% 증가한 1,115억원을 기록했으며, TV광고는 같은 기간 14%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tvN의 기여도가 높았다.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윤식당2’의 평균 광고 단가는 15초 기준 1,840만원이었다. 나 PD와 신 PD는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콘텐츠에 폭발력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두 PD 모두 프로그램 화제성으로 출연자를 띄우는 스타일"이라며 "이런 저비용 고효율 제작이 높은 성과급을 받는데 기여한 것 같다"고 봤다. CJ ENM은 제작 콘텐츠의 시청률과 화제성, 콘텐츠 판매액 등을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OTT 판권 판매 증가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 CJ ENM의 콘텐츠 해외 수출 규모는 2017년 보다 70.9% 증가했다. 넷플릭스에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tvN 드라마 다수가 OTT에 진출하면서 해외 수출이 크게 늘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넷플릭스가 국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내 드라마 판권을 계약하는 추세”라며 “작품당 30억~50억원의 해외 판권(수출)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올해는 OTT 시장에 디즈니가 만든 디즈니플러스, 애플이 선보이는 애플TV플러스가 가세하고, 기존 강자인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이 시장 확대를 기하면서 콘텐츠 판권 가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OTT인 옥수수와 푹TV는 미국 거대 OTT에 맞서기 위해 영상 콘텐츠에 거액을 투자할 방침이다. 스타 PD의 영향력이 커지고 몸값은 덩달아 더욱 오를 상황이다.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물을 제작할 시 PD 혹은 감독에 주어지는 연출료는 2억~3억원을 넘는다. 신진 감독의 장편영화 연출료가 8,000만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기근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지상파 방송 출신 스타 PD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재능 있는 PD들의 지상파 엑소더스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나영석ㆍ신원호ㆍ김원석 PD는 KBS 출신이며, 박준화 PD는 SBS에서 이력을 시작했다. 최근 KBS2 ‘1박2일’을 연출했던 유호진 PD가 CJ ENM으로 이적하기도 했다. ‘효리네 민박’ 등의 정효민 PD는 SBS에서 JTBC를 거쳐 올해 CJ ENM에 새 둥지를 틀었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선정적인 방송 제작 경향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상파 방송은 콘텐츠 기근에 따른 광고 수익 감소로 공익성이 큰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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