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관급 인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지역구 도로사업과 관련해 “내가 손타쿠(忖度)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손타쿠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았지만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한다는 의미로, 정부 고위 인사가 국가사업 선정과 관련해 총리 지역구 사업을 배려한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해당 인사에 대한 사임 요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副)대신은 지난 1일 혼슈(本州)와 규슈(九州)를 잇는 시모노세키기타큐슈(下關北九州) 도로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관련해 “국가가 직접 관할하는 조사로 올렸다. 내가 손타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타큐슈에서 열린 자민당 추천 후쿠오카(福岡)현 지사선거 후보의 집회에서 이 같은 밝히면서 해당 사업을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지역구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아베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시와 과거 중선거구 시절 아소 부총리의 지지기반이었던 기타큐슈시를 연결하는 도로다. 2008년 사업 추진이 보류됐지만 2017년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국가 보조금으로 조사를 재개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올해부터 국가가 조사비용을 전액 부담한다고 발표했다.
쓰카다 부대신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면담했던 요시다 히로미(吉田博美) 자민당 참의원 간사로부터 “총리와 부총리의 지역사업”이라고 들었고, 자신은 “알았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총리나 부총리가 그런 것은 말할 수 없으니 내가 손타쿠 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는 2일 “일련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므로 철회하고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헌민주당 등 6곳의 야당은 이날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쓰카다 부대신의 사퇴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쓰카다 부대신의 말언은 문제이지만, 본인이 이를 설명하고 앞으로도 명심해 직무를 하기 바란다”고 밝혀 사실상 파면을 거부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손타쿠는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모리토모(森友)ㆍ가케(加計)재단이 특혜를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사학 스캔들 때 등장, 2017년 신어ㆍ유행어 대상 후보로 올랐다.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아베 총리 등 윗사람의 의중을 헤아려 특혜를 준 것을 지적한 말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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