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의점 업체들이 얼굴인식을 통한 자동결제 등 무인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한 실증실험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일본은 전국 각지에 5만8,000여개의 매장이 있는 ‘편의점 천국’이지만, 저출산ㆍ고령화 탓에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최근 들어 손님이 적은 심야시간 대 근무할 점원을 구하지 못해 ‘24시간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패밀리마트는 지난 2일 요코하마(横浜)에 파나소닉과 제휴, 얼굴인식에 따른 자동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매장을 열었다. 파나소닉 그룹과 인접해 있는 이 매장은 현재 그룹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실증실험 공간이다. 매장을 이용하는 직원들은 미리 전용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사진, 신용카드 정보 등을 등록해야 한다.
매장 입구에서 얼굴 인증에 따른 확인이 이뤄진 뒤 입장이 가능하다. 구입한 상품들을 전용 계산대에 올려두면 천장 등에 설치된 초정밀 카메라가 상품과 이용자를 식별한 뒤 사전 등록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한다. 이용자는 빈손으로 쇼핑이 가능하고 편의점 업체 측도 계산을 위해 종업원이 대기할 필요가 없다. 오전 10시 이전 스마트폰을 이용해 도시락 주문을 예약하면 정오에 사무실로 배달해 주는 ‘모바일 오더’ 실증실험도 병행 중이다.
향후 일반 고객들이 이용하는 매장에선 점포 내 80개의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하고, 점원들은 웨어러블 단말기를 통해 판매현황을 파악해 부족한 상품을 채우도록 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12월 도쿄도(東京都) 내 통신업체인 NEC그룹 건물에 입주한 매장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무인계산대 실증실험을 시작했다. 일반 매장규모의 10%에 불한 매장에서 계산 및 결제절차를 간소화해 수익성 개선 여부를 실험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이용객이 제한된 상권에 매장을 낼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인 로손은 10월까지 전국 1만4,000여 매장에 고객이 스스로 정산하는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용자들이 구입한 상품의 바코드를 직접 찍어 계산하는 방식이다. 7월에는 심야 시간대를 중심으로 무인 편의점 운영을 위한 실증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미니스톱은 6월부터 셀프 계산대를 도입, 이용객들의 반응을 보고 전 매장에 도입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무인결제에도 불구, 매장 내 제품 주문과 진열은 여전히 직원들의 몫이다. 그러나 무인 결제와 셀프 계산대의 도입으로 계산 업무가 사라지면서 하루 최소 2~3명이 필요한 매장 인력이 1명으로도 충분하게 된다. 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정보기술(IT) 혁명에 따라 확보된 데이터를 고객에 맞는 상품 제안 등 마케팅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인건비는 줄일 수 있지만 관련 기기 설치에 따른 편의점 업체의 비용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입비용을 조기 회수할 수 있을지가 무인 편의점 보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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