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에도 지원금 태부족… 주택 반파됐을 땐 650만원 불과
“복구비 현실적이지 않다” 지적… 최문순 지사, 국회 찾아 지원 요청
“불을 우리가 낸 것도 아닌데 고작 지원이 이 정도라니...”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마을을 덮친 화마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모(42)씨는 8일 오전 폭삭 주저 앉은 잔해를 바라보며 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빚을 내 전원주택을 짓고, 별도로 3억원을 투자해 펜션까지 건축했으나 이번 화마에 모두 소실됐다. 순식간에 마을 집어삼킨 불은 산 좋고 경치 좋은 마을에서 인생 2라운드를 계획하던 그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이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손댈 곳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1,300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가뜩이나 빚이 많아 추가 대출은 여의치 않은 형편이라 앞날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성과 속초, 동해, 강릉, 인제 등 강원 산불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주민들의 삶을 하루 빨리 정상으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제60조)를 근거로 5개 지역 복구 비용 가운데 지방비 부담액의 50∼80%에 대해 특별교부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8일 밝혔다.
이 돈은 주택 복구와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 농어업인 생계 지원, 사망자 장례비, 부상자 치료비 등에 투입된다. 피해지역 이재민들에는 국세와 지방세,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도 30~50%를 감면해 준다.
문제는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주택 복구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 현행 규정 상 주택이 완전히 부서지면 최대 1,300만원, 반파됐을 경우 지원금은 650만원에 불과하다. 융자는 최대 6,000만원까지다. “이 돈으론 축사나 창고 정도를 다시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못쓰게 된 집을 고쳐 쓰기에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특히 피해주민 상당수가 70대 이상 고령층으로 주택비를 금융권으로부터 융통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택은 고성 335채를 비롯해 강릉 71채, 속초 60채, 동해 12채 등 모두 478채에 이른다. 이로 인한 이재민인 800여명에 이른다.
마을 주택 45채 가운데 23채가 불에 타 사라진 속초 장사마을의 경우 전체가 소멸될 위기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요즘 건축비가 조립식 주택도 3.3㎡에 최소 250만원이어서 새집을 짓기는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이미 은행 빚이 있는 주민들이 많아 자부담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10여년 전 동해안 산불 때 나왔던 ‘주택 복구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되풀이된 셈이다. 앞서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피해 당시에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정부 지원을 받았으나, 주택이 모두 불탄 137가구 가운데 상당수가 수천만원씩 빚을 지고 집을 새로 지었다.
이런 이유로 속초와 고성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1,300만원은 불탄 집을 철거하는 수준 밖에 안 된다”며 “화재로 평생 일군 농토와 집이 전소됐음에도 이재민들이 정부지원이 빈 껍데기 대책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이날 국회를 찾아 “주민들이 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주택복구 사업비 추정액 405억원 가운데 70%인 283억원을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고성ㆍ속초ㆍ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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