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1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을 금지한 현 고교 신입생 선발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 선발에 대해서는 재판관 다수가 위헌으로 판단했으나 인용 결정 정족수(6인)에 미치지 못해 기각됐다. 우수 학생을 선점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자사고 축소를 목적으로 교육부가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고교 입시제도에 일부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헌재는 전원 일치 위헌 결정 이유로 자사고 지원자들이 이 조항 때문에 원칙적으로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가 사라지게 되고, 임의 배정에 따라 멀리 통학하거나 아예 재수를 해야 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었다. 자사고 불합격자에 대한 진학 대책이 부실해 이들을 사실상 고교 진학이 불확실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동시 선발에 대해 위헌 판단을 한 재판관들은 이를 통해 거두려는 공익보다 사학 운영의 자유 침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교육을 목표로 이명박 정부 때 생겨난 자사고는 정권이 바뀌어 교육 목표가 변하면서 축소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에 반발한 사학과 자사고 지망 학생ㆍ학부모의 반발로 소송이 줄을 이었다. 최근 서울 지역 자사고의 재평가 보고서 제출 거부 소동도 그 일환이다. 교육 당국은 헌재 결정문 중 고교 입시 제도를 바꾸면서 “충분한 검토와 의견을 거쳤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대목에서 최근의 자사고 갈등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일부 재판관들이 지적했듯 자사고가 “우수 학생 선점”이나 “고교 서열화” “고교 입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 고교생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사고ㆍ특목고 학생이 이른바 ‘SKY’ 신입생의 절반에 가깝다. 대학 서열화가 고교 서열을 만들고, 또 초ㆍ중학교마저 입시 몰입 교육으로 몰아넣으면서 사교육 시장만 커져가고 있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대학 입시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고교 입시 제도를 고친다는 것은 근본 해결책도 아니고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교육 당국이 서열화ㆍ입시 경쟁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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