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산불 당시 뉴스특보 대신 정규프로그램을 방송해 빈축을 샀던 KBS가 강릉시에서 보도를 하면서 고성군 화재 현장에 있다고 밝힌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1일 KBS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강원 고성군 화재 뉴스특보에서 KBS 기자가 산불로 인한 사망자 및 부상자 소식을 알리며 보도 장소를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 당시 기자가 강원 고성군에 생중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론 현장에서 100㎞ 가까이 떨어진 강릉시 KBS 강릉방송국 인근에 있었던 것이다.
KBS노조는 해당 보도가 취재윤리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허위 사실로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11일 “현장에 있지 않으면서 현장에 있다고 속인 것은 공정방송 의무를 저버린 것이며, 급한 상황에서 벌어진 단순 실수라고 볼 수 없다”라며 “KBS 사측에 지난 9일 이 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와 대책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는 “당시 경황이 없었고 급하게 고성군 산불 소식을 전하려다 보니까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며 “관련해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KBS는 강원 고성군 화재 보도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난방송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양승동 사장은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 "강원 산불 재난방송이 미흡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재난방송 매뉴얼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강화해 KBS가 골든타임에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날 KBS 등 지상파 방송 3사 관계자를 소집해 재난방송 매뉴얼 및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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