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가 정책 검증보다는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부실 인사 검증→ 국회 인사청문회 파행→ 임명 강행→ 정국 경색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며 사퇴를 요구한 김연철ㆍ박영선 등 두 명의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주식 과다 보유 논란에 휩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도 강행할 태세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만 벌써 11명이다.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심각한 도덕적 문제가 발견된 인사의 임명을 밀어붙이는 것은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이미선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관련 상임위 참석을 거부했다.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정책 검증의 기회로 활용하기보다 신상 털기와 망신 주기 등 정치 공세의 장으로만 여기는 야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보고서 채택조차 거부하며 무조건 사퇴를 요구하는 행태는 국회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국민과 여야 모두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실제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만 42건에 달한다. 이들 법안은 국회 청문기한 연장, 청문자료 제출 범위 구체화, 자료제출 요구 불응시 징계 요구, 거짓 진술시 위증 처벌 등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검증하는 공개 청문회와 도덕성을 따지는 비공개 청문회로 이원화하자는 의견도 많다.
지금처럼 정쟁만 키우는 인사청문회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여권은 청문회 결과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하고 야당은 당리당략 차원에서 무조건 채택을 거부하는 악순환을 이제 끝내야 한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청문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차제에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도 전면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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