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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 200만 왔지만… 정부는 ‘K메디’ 지원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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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환자 200만 왔지만… 정부는 ‘K메디’ 지원 뒷짐

입력
2019.04.18 04:40
수정
2019.04.18 08: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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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38만명 역대 최고… 의료한류 허와 실] 

 환자 국적 중국>미국>일본… 28%가 미용성형 방한 

 선진의료 공략 위해 비자ㆍ통역 등 정부 지원 필수 

성형외과 지방흡입술 수술장면. 한국일보 자료 사진
성형외과 지방흡입술 수술장면. 한국일보 자료 사진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성형외과 의원. 이곳 환자 10명 중 2명은 외국인 환자다. 과거에는 중국 환자들이 대세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환자는 물론 미국, 일본, 러시아 환자들도 다수다. 환자 연령대는 30~50대로, 코나 가슴 성형은 물론 보톡스, 필러 등 ‘쁘띠 성형’을 하는 환자들도 많다. 병원장 최모씨는 “외국인 환자들은 비용에 연연하지 않고 시술이나 수술을 받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보면 VIP 고객”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 3호선 신사역 근처 한 피부과 의원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여성 와휴(26)씨는 “드라마에서 본 한국 연예인들의 피부가 하나같이 하얗고 반짝반짝 빛나서, 한국 병원에 가면 그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아 관광 겸 시술을 받으러 왔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을 찾은 해외 의료관광객이 10년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여성 연예인처럼 되고 싶다”는 해외 여성들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2009년에 6만명에 불과했던 관련 환자 수는 2018년 약 38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의료 한류’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하지만 연 200만명대의 외국인 환자들이 찾는 의료관광선진국에 비하면 범정부적인 지원대책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 수가 2017년(32만1,574명) 대비 17.8% 늘어난 37만8,967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여파로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1년 만에 다시 2016년(36만4,189명) 수준 이상으로 회복됐다. 이로써 2009년부터 국내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누적 226만명이 됐다.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환자를 통한 총 진료수입을 약 1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547억원)과 비교하면 20배에 가까운 성장이다.

초기 139개국였던 유치국가 수도 190개국으로 늘었다. 2009년에는 전체 유치 실적 중 미국(23.2%)과 일본(21.6%)의 비중이 절반에 달했지만, 중국 환자가 급격하게 늘며 2012년부터 1순위로 부상했다. 중국의 비중은 2009년 7.8%에서 지난해 31.2%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와 몽골, 카자흐스탄 등 북방국가와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비중도 높아졌다.

국내 유입 외국인 환자수 추이. 강준구 기자
국내 유입 외국인 환자수 추이. 강준구 기자

 ◇”한국 연예인처럼 되고 싶어” 미용 목적이 대부분 

의료한류를 이끈 것은 K팝과 K드라마 등 ‘원조 한류’로 인한 ‘K-뷰티’ 바람이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들의 진료분야 1위는 성형ㆍ피부(28.1%)였다. 최근 트와이스, BTS, 아이즈원 등 한국 K팝 그룹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젊은 여성들 사이에 한국 아이돌 그룹의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경향까지 나타난 일본의 경우, 지난해 환자 수(4만2,563명)가 전년보다 56%나 급증했다. 전체 국가 중 가장 높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다. 이들 중 절반을 넘는 2만4,772명이 피부과와 성형외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미용성형을 위해 한국을 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류 열풍이 달아오른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환자 수도 전년보다 각각 46.6%, 37.1% 늘어난8,998명과 3,270명을 기록했다. 태국의 경우 전체 환자의 70%를 넘는 6,459명이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찾았다. 반면 비교적 선진의료 기술을 기대하고 찾아오는 중증 환자들이 많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국가의 환자 수는 전년 7,238명에서 6,888명으로 4.8% 줄었다.

높은 미용성형율은 국내 의료계의 강점인 동시에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영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외국인환자유치팀장은 “전통적으로 성형을 위해 의료관광을 오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중증ㆍ희귀난치성질환 치료 및 한방 치료 등으로 의료관광의 지평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의료계 “비자발급 간소화, 통역 지원 등 필요” 

의료관광객 200만명 시대를 열었지만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 규모는 세계시장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한 해 1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의료관광시장 규모에 비하면 0.38%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의료관광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태국의 경우 연 200만명의 외국인 환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때문에 의료관광 시장의 후발주자인 국내의 경우 선두주자들에 대한 벤치마킹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어져야 산업적 성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는 1990년말부터 보건부뿐 아니라 경제부, 관광청 등 여러 정부 부처가 함께 의료관광을 위한 ‘싱가포르 메디슨’을 설립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범부처 차원의 지원 체계가 거의 없는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비자발급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곽정면 고대안암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현재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싶은 많은 국가의 환자들이 까다로운 검토절차로 인해 비자 신청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기회조차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몽골의 경우 의료비자 발급까지 약 한 달이 걸리는데, 이 경우 골든 타임을 놓쳐 치료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환자 관리 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의료 코디네이터 등의 고용을 늘리면 일자리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대학병원과 달리 의원급에서는 통역 인력을 상근으로 뒀다가 자칫 외국인 환자가 줄어들 경우 인건비 감당이 어렵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리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한 전문의는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해외환자 유치와 관리를 위해 통역 인력을 고용할 수 있지만 의원급에서는 관련 인력을 채용하기 힘들다”며 “정부에서 인건비 지원 등 해외환자 유치 관리를 위한 실질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유입 외국인 환자의 주요 국적. 강준구 기자
지난해 국내 유입 외국인 환자의 주요 국적. 강준구 기자

전체 외국인 환자 3명 중 1명을 차지하는 ‘큰손’인 중국 환자 유치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인 환자는 사드 사태로 2016년 12만7,648명에서 2017년 9만9,837명까지 감소했으나, 지난해 11만8,310명으로 사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홍민철 한중 의료우호협회 상임대표는 “사드 영향도 컸지만 과거와 달리 중국 본토에서 성형수술 붐이 일어 한국행 환자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며 “아직도 중국인들 중에는 한국의 의료기술이 자신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 중국 환자를 위한 맞춤 홍보를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중국환자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홍보관 개설 등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한국병원들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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