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관계자가 1일(현지시간)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이 북한 주민에 대한 적법한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조만간 방한해 국제 기구를 통한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할 것인지 묻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1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148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며 유엔에 긴급 식량 원조를 요청했다. 노동신문이 연일 ‘쌀이 금보다 귀하다’며 식량 증산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심각성을 보여준다. 국제적십자연맹은 1,030만명의 북한 주민이 영양실조라고 진단했고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Q)도 곧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주민들을 존중하고 인류에 대한 박애정신을 실천하는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과 김정은 정권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 압박’은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대북 식량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단 얘기다.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과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북한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진 우리로선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쌀로 비핵화를 살 순 없다. 식량난의 1차적 책임도 북한 정권에 있다. 우리가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북한도 인도적으로 나와 핵을 포기할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남북ㆍ북미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허송세월만 할 순 없다. 핵무기가 늘어나고 핵무력이 고도화할수록 가장 큰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북미가 상대방에 대한 저강도 도발과 장외 말싸움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도 심상찮다. 적어도 위기 경색 국면을 전환할 계기를 만들고 대화의 동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다음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등 유연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통해 꽉 막힌 남북ㆍ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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