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는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도 불구,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미 정상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한미 간 비핵화 공조 체제를 확인한 것도 평가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즉각 대북 식량 지원을 공식화하고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조만간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면 발표하겠다”고 했다. 마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방한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꽉 막힌 남북ㆍ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고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북한 식량난은 같은 민족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식량 생산량은 10년 만에 가장 적은 490만톤으로, 부족량이 136만톤이나 된다.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명은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FAO와 WFP는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백만명이 더 굶주림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여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고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톱다운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우리 운명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접근법은 위험하다. 매는 없고 비둘기 일색이라 협상이 제대로 안 된다는 쓴소리도 적잖다. 북한도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능적인 제한적 도발로 한미를 압박하려 하기보다는 협상테이블에 앉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당당한 태도다. 발사체 도발에 대한 한미의 절제된 대응과 성과 없이 끝난 북러 정상회담은 예전 같은 벼랑끝 전술로는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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