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로 매우 일반적인 것”이라며 “신뢰 위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북한의 무력 시위에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던 그는 하루 만에 다시 수위를 조절하고 나섰다. 앞서 미국은 유엔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화물선을 압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공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북미가 ‘강 대 강’ 대결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던 때 트럼트 대통령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사실상 “대화 기조를 이어 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이 없었다는 점을 외교 업적으로 자랑해 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의 도발을 애써 무시해야 할 정치적 필요가 있다. 중ㆍ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를 강조한 것도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아니란 속내가 엿보인다. 단거리라 해도 직접 사정권 안에 든 우리와는 이번 사안을 대하는 심각성이나 이해 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괜찮다’고 해서 우리도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단호한 대응이 요구된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을 겨냥한 시위의 성격이 크다는 점도 분명한 게 사실이다. 더 이상의 도발을 용납해선 안되지만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 둬야 하는 이유다.
미국도 북한의 무력 시위가 신뢰 위반이라고까지 할 정도가 아니라면 대화에 보다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상호 간 강경 대응이 계속되다 보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나중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북미는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영국 등 70개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 10일 성명에서 지적한 것처럼 북한은 벼랑 끝 전술과 떼쓰기론 결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대화를 이끌어내려는 우리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렵게 조성된 평화의 기회를 날릴 경우 위기를 맞는 건 북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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