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생각하는 최우선 정치개혁 과제는 ‘세대교체’이고 지지 후보 선택의 우선 잣대도 ‘참신성 및 개혁성’이라는 조사가 나와 흥미롭다. 한국일보가 실시한 창간 65주년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민심이다.(7일자 1~5면) 대립과 갈등, 막말과 적대로 얼룩진 작금의 우리 정치에 크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기득권에 기댄 낡고 늙은 리더십을 거부하고 ‘시민의 연령ㆍ이념ㆍ계층 분포와 닮은 국회 구성’을 원한다는 뜻이다. 특히 모든 세대가 세대교체를 첫 번째 과제로 꼽고, 20ㆍ30대보다 40~60대 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 점은 정치권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와 함께 20대 국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의원 평균 나이는 55.5세, 재산은 41억원, 남자 비율은 83%였다. 일반 국민 평균(나이 41세, 재산 3.4억원, 남자 51%)과 천양지차다. 특히 20ㆍ30대가 전체 인구의 30%를 점하지만 39세 이하 의원은 달랑 2명이다. 국회를 대의기구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불균형이다. 이런 실상도 잘 모르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세대교체를 개혁의 첫 단추로 꼽은 것은 당파적 노쇠 정치가 국민의 삶은 물론, 국가 미래를 해친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한국일보가 현장에서 만난 젊은 정치인들과 활동가들의 얘기는 더욱 적나라하다. “거대 양당의 원내 기득권이 강화되는 가운데 정치 효능감은 떨어지고 혐오는 커지는 반면,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인적 충원은 명망가 엘리트로 채워지고 세 규합이 어려운 청년은 의사결정 구조 밖으로 밀려나 삶의 질 개선조차 요원한 악순환의 고리에 신음한다. 이 ‘독점의 서클’에서 청년 자리에 노동자ㆍ여성ㆍ성소수자ㆍ지방 등 다른 정체성을 넣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청년과 여성 등이 과소 대표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며 숱한 공약을 내놨으나 ‘50ᆞ60대 남성엘리트’가 지배하고 청년ㆍ여성층은 동원ㆍ장식ㆍ소비 대상에 그치는 퇴행적 정치 지형은 그대로다. 최근 정치권이 독특한 감각과 문화를 가진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유권자로 편입된 것에 주목해 앞다퉈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세대교체 노력 없는 사탕발림에 속을 유권자는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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