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 엄중 경고에도 ‘한 건 주의’ 행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지도부도 되레 거드는 듯한 태도를 보여 비판이 높다. 황 대표 경고 다음 날 전 당협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발언’을 문제 삼아 ‘빨갱이’라고 하더니, 당직자인 민경욱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현실도피적 천렵질’이라고 매도했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질책 대신 문 대통령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감싸기에 급급했다.
‘골든타임 3분’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던 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출국한 날 “역사 덫칠과 대한민국의 정체성 훼손으로 이념갈등을 부추기더니 속 편한 현실 도피냐”며 “불쏘시개 지펴 집 구석 부엌 아궁이 있는 대로 다 달궈놓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처럼 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즉각 “외교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정상외교를 천렵질 운운하는 것은 쌍욕보다 더한 배설”이라고 비판하자 민 대변인은 “그 말을 낳은 문제 언행이 뭔지도 따져물어야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민 대변인이 막말을 비판으로 호도하며 “더욱 가열찬 정부ㆍ여당 비판”을 예고한 것은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황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때 “또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막말 인사에 공천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차명진 전 의원의 빨갱이 발언이 논란을 낳자 “막말이라는 말부터 조심해야 한다”며 “말의 배경이나 진의가 무엇인지 잘 보라”고 태도를 바꿨다.
황 대표의 주장은 법 전공자의 논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설프다. 최근 지지율 하락마저 ‘기울어진 언론환경’ 탓으로 돌리는 나경원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3ㆍ1절부터 현충일 기념식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문 대통령의 잇단 작심발언은 분명 짚고 넘어갈 일이다. 하지만 비례의 원칙과 절도는 지키는 게 공당이다. ‘보수야당 심판론’(51.8%)이 ‘집권여당 심판론’(39%)보다 크게 우세한 현실(한국일보 10일 자 3면)은 지지층만 보는 한국당의 ‘닥치고 공격’이 현명한 집권전략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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