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민 67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은 지난달 30일 상수도 흐름을 바꾸는 작업을 하면서, 원래는 10시간 정도에 걸쳐 서서히 작동해야 할 유속 조절 밸브 개방을 10분 만에 끝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두 배 이상 늘어난 수돗물이 역류하며 상수도관에 싸인 침전물이 떨어져 탁도가 평소보다 3배 이상 치솟으며 ‘붉은 수돗물’이 됐다. 작업 당일부터 수돗물 민원이 접수됐고, 4일 후에는 영종, 15일 후에는 강화 지역까지 붉은 수돗물이 확산되며, 1만여 가구와 이 지역 학교 151곳 등에서 지금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거듭해서 “수돗물을 마셔도 괜찮다”고 발표했고, 환경부도 “인천시 수돗물이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여론이 들끓자 환경부는 뒤늦게 13일에야 공촌정수장 수질 파악에 나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18일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조사 결과 드러난 황당한 사실이다. “이게 정부냐”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평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생활 기반시설 관리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관리ㆍ보수와 사고 사후 관리 체계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국민 생활과 안전을 지탱하는 기반시설은 계속 노후화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국 상수도관 가운데 14%가 30년이 넘었다. 이런 노후화 비율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욱 높아진다. 17일 대전 중구 도심을 물바다로 만든 상수도관 파열도 기본 원인은 30년이 넘은 노후관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번 인천 사고 원인이 된 상수도관은 21년 전 매설된 것이란 점에서 30년 미만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연간 전국 상수도관 교체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속도라면 ‘붉은 수돗물’과 대전 ‘물폭탄’ 사고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날 노후 기반시설 개선에 3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KT 아현지사 화재와 일산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을 계기로 마련한 중ㆍ장기 대책이다. 관련 투자 확대도 중요하지만, 구체적 기반시설 관리ㆍ보수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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