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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꾼·문화재 사범 쫓아 1년의 절반은 출장... 수사관 전문성 개발 지원 부족 아쉬워”

입력
2019.07.3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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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호 문화재 전문수사관 이영권 경감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문화재범죄만을 전문으로 수사했던 이영권 경감. 9년간 문화재 도굴꾼과 불법 거래업자들의 뒤를 좇으며 자타공인 ‘준전문가’로 거듭났다. 박지윤 기자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문화재범죄만을 전문으로 수사했던 이영권 경감. 9년간 문화재 도굴꾼과 불법 거래업자들의 뒤를 좇으며 자타공인 ‘준전문가’로 거듭났다. 박지윤 기자

“그 순간 스님들 얼굴에, 어르신들 얼굴에 광채가 납니다.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 힘 입니다.”

1년의 절반은 ‘출장 중’이었다. 남들은 5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다는 타이어를, 반년에 한 번씩 갈았다. 문화재 수사란, 도굴꾼과 문화재 사범을 쫓아 전국의 문중과 사찰을, 그야말로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 다녀야 하는 과정이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햇수로 10년간 문화재 수사를 전담했던 이영권 경감(51ㆍ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도 그렇게 살았다. 문화재를 찾아줬을 때 너무 기뻐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 경감의 등을 떠밀었다.

문화재 수사는 참 어려운 분야다. 문화재 거래는 소위 ‘감식안’을 가진 이들끼리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는 전문용어를 써가며 ‘알음알음’으로 하는 거래다. 또 이렇게 서로를 알아보는 선수들끼리 수십 년간 거래를 하면서 나름대로 오래 축적된 두터운 신뢰관계가 뒷받침된 거래이기도 하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수사관도 전문적 문화재 수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준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또 더 깊이 들어가려면 맥락과 흐름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경감은 2만명에 달하는 ‘인물 사전’을 만들었다. 마치 드라마 인물 관계도를 그리듯, 사람 그물을 촘촘하게 짜기 시작했다. 불교 미술품뿐 아니라, 도자기나 동양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집가, 애호가, 판매상 등을 항목별로 분류해 정리했다. 한번이라도 거래에 참여한 이들은 다 올렸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 경감은 2014년 권 관장을 재판에 넘길 때 문화재에 관련된 참고 자료를 100장이나 준비했다. 국가 지정 문화재의 경우는 ‘은닉죄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판례가 있었지만, 일반 문화재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문화재보호법상 은닉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조금 늘었다곤 하지만, 2014년엔 여전히 15년이었다. 공소시효 만료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권 관장이 도난 문화재임을 알고 사들인 뒤 자신의 창고에 계속 보관하고 있었다는 행위 자체가 모두 ‘범행 기간의 일부’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야 했다. 다행히 법원이 이 논리를 받아들였다.

이 경감은 문화재범죄야말로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수사영역이라고 말한다. 경찰은 2015년부터 문화재 전문수사관을 뽑아 전국 지방경찰청에 배치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전문 교육과정도 밟게 하고 있다. 이 정도론 전문지식 습득이 힘들다. 이 경감은 “문화재 범죄의 경우 신고도 많지 않을뿐더러, 설사 신고가 있더라고 늦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럴수록 수사관 개인의 전문성이 중요한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자질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ㆍ사진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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