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막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임재용ㆍ프랜시스코 사닌 총감독
“오늘날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가요?”
7일 개막하는 제2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이 모순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2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만난 프랜시스코 사닌(미국 시러큐스대 건축과 교수)ㆍ임재용(건축사사무소 OCA대표) 비엔날레 총감독은 앞의 자문에 “아니오”라고 입을 모아 자답했다. 사닌 감독은 “도시는 갈수록 불평등해졌고, 사람들은 공간에서 분리돼 소외되면서 (함께 사는) 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임 감독도 “교통과 시설 등 인프라와 시스템에 의해 도시가 형성되면서 정작 중요한 사람이 빠졌다”며 “시스템 중심의 도시에서 인간 중심의 도시로 회복하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집합도시(Collective city)’, 슬로건은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도시’이다. 국내외 90개 도시에서 도시건축 전문가 180여팀(36개 대학)이 참여해 11월 10일까지 65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대림상가,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열린다.
도시에서의 ‘공생’을 도모하는 두 감독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재개발과 재건축을 서울의 가장 큰 도시 문제로 지목했다. 임 감독은 “요즘 새로 생기는 아파트를 보면 그 안에 상가, 주거, 여가 공간이 모두 모여 있다”며 “관계 위주가 아니라 기능 위주로 설계돼 주변과 전혀 섞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길을 오가면서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의 관계가 줄어들었다고도 했다. 사닌 감독도 정부 계획에 따라 서울이 주거, 직장, 생산, 여가의 공간이 확연하게 분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닌 감독은 “기능에 따라 공간이 구역화(Zoning)되면서 인간이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공간들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 시장이 사라지는 데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최근 철거 논란이 빚어진 을지로 일대 재개발 현장을 방문한 사닌 감독은 “오래된 시장이 망가진 것을 보고 너무 속상해 울 뻔했다”며 “시장은 사람들이 스스로 식품을 사고 팔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공간으로 이를 지켜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기능과 효율만을 앞장세워서는 함께 모여 산다는 도시 본성을 회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전통시장은 도시의 오랜 기억과 세월의 흔적이 있는 공간”이라며 “효율적인 면에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어떻게 도시의 기억과 흔적을 보존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세운상가와 대림상가 등 전통시장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된다.
둘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도시건축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닌 감독은 “개인이 혼자 도시를 바꿀 수는 없다”며 “하지만 시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어 전문가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가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함께 사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시민참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기획전 ‘서울마당’을 눈여겨봐야 할 대표적인 전시로 꼽았다. 그는 “시민에게 가장 좋은 공공 공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한 뒤에 시민 투표를 했는데 예상 밖의 공간이 1등으로 뽑혔다”며 “옛 성곽이라든가, 도시의 낭만적 풍경이 좋은 공공 공간으로 뽑힐 것이라 예상했는데, 매우 실용적인 공간이 선정됐다”고 귀띔했다. 임 감독은 “시민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사용하는 공공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개선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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