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영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공예의 쓰임과 기능만 강조하던 때는 지났어요.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공예 분야도 미래 감성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8일 충북 청주에서 개막하는 ‘2019청주공예비엔날레’의 안재영(51ㆍ광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예술감독은 “이번 공예비엔날레에서는 시간과 정신, 기술을 결합한 공예의 이상향을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이상향은 아름답고 독창적인 공예품 덕분에 우리 삶의 질이 향상되고 행복감도 커지는 세상을 의미한다.
올해 비엔날레 주제를 ‘미래와 꿈의 공예, 몽유도원이 펼쳐지다’로 정한 데는 공예의 이상향을 제시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투영됐다. 안 감독은 “공예의 미래상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안견이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각박하고 삭막한 현실에 사는 현대인에게 즐거움만 가득한 꿈의 세계를 선물하고 싶었다”며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몽유도원 같은 환상의 공예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세계 최초 공예분야 비엔날레로 닻을 올렸다. 올해로 꼭 20년, 횟수로는 11회 째를 맞았다. 20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는 다음달 17일까지 41일 동안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주제를 담은 본 전시에는 미국 스웨덴 독일 인도 프랑스 등 23개국 203개팀(작가 712명)이 1,500여점을 출품했다. 이들 작품은 각각 소주제를 내건 5개 기획전과 3개 특별전으로 나뉘어 관객을 만난다. 안 감독은 “지난 20년간 비엔날레가 공예의 기능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공예의 가치와 지향점을 보여주는 담론에 집중했다. 작품도 이런 의도에 맞는 것들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공예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하는 초대국가관에는 덴마크 중국 헝가리 등 13개국 작가들이 참여했다. 특히 중국관에서는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가운데 위에민쥔, 팡리준 등 2명이 참가해 자신들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4대 천왕이 한 전시 공간에서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덴마크관에서는 한국과 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ㆍ덴 공예창작교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과 작가를 뽑는 국제공예공모전에는 46개국에서 787점의 작품이 쏟아졌다. 전시장에서는 최종 수상작인 11개 작품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상설 전시장에서 열리는 첫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 전시장인 ‘문화제조창C’는 과거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이었다. 2004년 가동 중단 후 폐공장으로 버려졌던 이 건물은 도심재생 사업을 거쳐 문화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12월 국내 첫 수장형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들어선데 이어, 지난 8월 공예비엔날레 상설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렇다고 이번 비엔날레가 문화제조창C에서만 열리는 건 아니다. 올해는 전시 공간을 청주 전역으로 확대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주무대인 문화제조창C에 본전시를 마련하고, 정북동토성(사적 415호), 율량동 고가, 청주향교 등 7개 역사문화 공간에 연계 전시관을 꾸린 것이다. 각 전시 공간에는 ‘몽상가들’ ‘무심기행’ 등 주제에 어울리는 소제목을 달았다. 또 물고기 도자, 섬유 구름 등 몽유도원을 연상시키는 작품과 소품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공예비엔날레조직위는 폐막식 때 가장 뛰어난 작품을 뽑아 ‘황금 플라타너스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베니스비엔날레의 ‘황금 사자상’에서 착안한 이 상은 청주의 명물인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에서 이름을 땄다.
안 감독은 “미(美)와 위로, 공감 같은 공예의 가치들이 몽유도원처럼 펼쳐질 청주에서 가을을 함께 산책하듯 거닐었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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