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전통예술로서 서예의 뿌리를 찾고 인재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한 행사로 만들겠습니다.” 윤점용(62)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12회째를 맞는 비엔날레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함축했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2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예술회관 등 전북지역 일원에서 개최된다.
윤 위원장은 “서예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서예의 근본정신을 되찾는 일이 더 절실해졌다”며 “이러한 때에 규모의 방대함과 높은 수준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997년 서예의 활성화ㆍ대중화ㆍ세계화ㆍ동서교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현대 한국 서예의 창작과 연구 활동에 기여하고 많은 성과를 냈다”며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서예가들의 참여로 20여년동안 유지하며 서예의 경계를 크게 확장해왔다”고 했다.
행사는 개막ㆍ전시ㆍ학술ㆍ특별ㆍ부대ㆍ연계행사 등 6개 부문 31개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23개국에서 1,0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특히 해외작가와 서예계의 미래 꿈나무 100여명과 해외교포 등을 초청해 참여를 대폭 확대했다.
주제는 ‘자연정신과 서예’다. 윤 위원장은 “동방의 전통철학을 구성하는 대표 명제인 ‘도(道)’와 ‘기(氣)’를 중심으로 서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근원적 본질의 순수성을 다시 생각한다는 취지에서 정했다”며 “전문성에 실용성을 융합해 서예의 활용성과 다양성을 확대하고 대중 속으로 한발 더 들어가는 행사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문화의 틀에 갇혀 본질을 잃은 서예의 정체성을 찾는데 행사 의미를 부여했다. 윤 위원장은 “그 동안 서양예술 체계 속에서 ‘도’와 ‘기’를 바탕으로 탄생된 서예의 독특한 의미와 정신이 잃어가고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며 “비엔날레를 통해 서예의 학술적ㆍ철학적 깊이를 통찰해나가고 서예정신과 다양한 서예미를 체험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서예 비상전이다. 10m의 대형작품은 패기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실용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을 기대하는 서예융화전의 소품서예 전시를 비롯해 서예의 깊은 미감과 도자기의 입체성이 만나는 서ㆍ화ㆍ각ㆍ도자전도 관심을 끈다. 특별 전시로 기획한 내고향 예찬전은 전북도내 14개 시군의 특산물 및 관광명소 등을 노래한 시문 등 그 고장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출향작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익산 출신인 윤 위원장은 회원전, 초대작가전, 해외 교류전 등을 통해 전북서예 활성화를 이끌었다. 문자의 상형성을 회화적으로 표현해온 그의 작품은 호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예진흥법 국회 통과를 위해 앞장 섰으며 서예교육과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을 맡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 위원장은 “서예가 발달한 중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서예인구는 뒤떨어지나 수준은 뒤처지지 않는다. 동방문화의 뿌리이자 서예의 근원을 되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이는 서예가의 시대적 사명이기도 하다”며 “서예인구를 확산하고 서예의 전통과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 전북을 세계 서예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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