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유물 여부로 10년 가량 논쟁이 지속돼 온 증도가자(證道歌字) 실물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 등장했다. 2017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심의에서 부결된 증도가자는 모두 101점으로, 전체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증도가자 공개는 이날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도가자 가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뤄졌다. 정 의원은 “증도가자 보물 심의 부결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고,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문화재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증도가자의 해외 유출을 걱정하는 의견과 고려시대 금속활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고려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있는 유물을 방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 의원은 금속ㆍ서예ㆍ조판ㆍ주조(鑄造ㆍ녹인 쇠붙이를 거푸집에 넣어 만듦) 분야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증도가자의 가치는 물론 그간의 심의 과정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여러 차례 전문가 분석을 거쳤고 그간 심의에 부적절한 흠결은 없었다”면서 “증도가자 관련 자료 수집 및 연구 지속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증도가자는 다보성고미술의 소장품으로, 보물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다. 2009년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증도가자 발견 사실을 알리면서 “세계 최고 금속활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학계 안팎의 논쟁은 지속됐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1377년 간행된 서적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2017년 4월 증도가자에 대한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해 지정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체와 조판을 검증한 결과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고, 소장 경위와 출처도 불분명하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성분 분석 결과 오래된 금속활자인 가능성은 있다고 결론이 났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