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계동, 중구 중림ㆍ회현동에
내년 나머지 앵커시설 2곳도 순차적 개소.
서울시, 2020년까지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진행
서울역 인근의 중구 중림동 언덕 골목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낡고 오래된 판자건물과 창고가 즐비했다. 낮에는 좁은 골목길(4m)을 더 좁게 만든 불법 노상 적치물로 인한 지저분한 분위기가, 밤에는 감히 걸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 음침한 기운이 인적을 내쫓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낮 시간대 이 골목에서 젊은 사람 보기는 거의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27일 오전 찾아간 이 골목길에선 어둠의 흔적 보단 생동감이 일렁였다. 우선 성요셉아파트 맞은 편에 자리한 가로 45m, 세로 4m 길이의 긴 직사각형 건물이 눈에 띈다. 창고로 활용됐던 판자건물을 개조해 28일 문을 여는 '중림창고'다.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267.3㎡ 규모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앵커시설 중 하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하면서 전시와 판매, 문화활동 등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매월 인기 서적의 저자를 초청, 맥주와 함께 책을 읽는 ‘심야책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4년 전 골목길에서 커피숍 운영을 시작한 A사장은 “지금은 매일 1,000명의 젊은 사람들이 골목길을 찾아 오고 있고 그 중 상당수가 가게 손님이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을 주도할 앵커시설 8곳이 문을 연다고 27일 밝혔다. 개관식은 28일 중림창고에서 가진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게 될 시내 앵커시설 지역으로는 용산구 서계동(4곳)과 중구 중림동(1곳), 회현동(3곳) 등이 선정됐다. 시는 철도로 단절된 서울역 일대 동서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2015년 4월부터 서울역, 중림동, 회현동, 서계동, 남대문시장 일대 총 5개 권역(195만㎡)을 종합 재생하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을 내년 말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엔 시비 1,185억이 투입된다.
‘중림창고’외 서계동에서 서울역 일대 전망이 가장 뛰어난 청파언덕의 오래된 주택은 ‘청파언덕집’이란 이름의 마을카페로 재탄생했다. 라이브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은행나무집’,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유부엌‧공유서가가 있는 ‘감나무집’ 등도 앵커시설로 들어섰다. 앵커시설은 주민 공동이용 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문화생활 소외 지역에 문화거점 역할을 하도록 구성했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의 이색 공연과 강의 등이 연중 진행되면서 지역 경제에 활력에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재생에 나선 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요 입지를 선정하고 일반주택과 건물 10채를 매입했다. 공공건축가가 참여해 공간별 ‘재생’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저층 구릉지의 장점과 각 공간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리모델링과 신축을 병행했다. 지역별 주민협의체를 통해 주민 의견도 다양하게 수렴했다. 시는 내년 중으로 나머지 앵커시설 2곳도 순차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로7017 개장 이후 주변 지역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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