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가 완화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며 내세운 3대 품목 중 가장 핵심인 액체 불화수소 수출을 또다시 허가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속속들이 소재 국산화 등 대체 공급원 발굴에 나서자, 시장 잠식을 우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 화학업체인 모리타화학이 8일 고순도 불화수소를 한국에 수출했다고 10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리타화학은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아,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진 수출규제에서 해소됐다. 이 업체는 스텔라케미파와 함께 전세계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은 약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액체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사용되는데, 한국 화학소재기업 솔브레인이 최근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물량조달 우려가 해소된 상태다.
한국에서 대체 공급원을 발굴하거나 주요 원료를 국산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일본 산업계는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일본정부도 수출 규제조치 이후 3개 규제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서는 수출을 승인했지만, 액체 불화수소는 각종 서류를 요구하며 허가를 미뤄오다 일본 산업계의 우려로 지난해 11월 수출(스텔라케미파)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모리타 야스오(森田康夫) 모리타화학 사장도 “(수출규제 강화가) 일본 기업의 점유율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지난해 표명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전날 듀폰이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며 “듀폰과 같은 움직임이 늘어나면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