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르노ㆍ닛산차 회장이 일본에서의 재판을 거부한 채 레바논으로 달아난 데 이어 곤 전 회장을 중심으로 굳건히 유지해 왔던 르노와 닛산의 20년간의 동맹관계에 심상찮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닛산 측에서 르노를 ‘경영상의 짐’으로 판단,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 양 회사는 현재 입을 굳게 닫고 있지만 실제 분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르노삼성차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복수의 닛산 소식통을 인용해 닛산 고위 경영진이 르노그룹과 분리하기 위한 예비 협의회를 개최하고 ‘비상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르노와 닛산은 1999년부터 20년 이상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당시 르노는 2조엔(약 21조원) 가량의 부채로 파산위기에 몰린 닛산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만들어졌다. 이 때 르노가 닛산에 ‘구원투수’로 파견한 게 바로 곤 전 회장이기도 하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즈는 닛산이 르노를 경영상 ‘걸림돌’로 판단, 구체적인 분리 움직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2018년 기준으로 글로벌 판매량에서 닛산(551만6,000대)이 르노(388만4,295대)보다 약 160만대나 높은 등 경영 상태가 20년 전과 역전이 됐다는 점을 들면서 “많은 고위 닛산 관계자들은 르노가 닛산에게 해가 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와 닛산 결별 조짐에 국내 기업인 르노삼성차의 관심은 누구보다 크다. 실제 르노삼성차가 지난해까지 위탁 생산했던 닛산의 ‘로그’는 전체 생산량의 40%, 수출물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그 후속으로 ‘XM3’ 수출 생산권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닛산과 로그의 분리 움직임 자체가 르노삼성차 생산량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르노가 전기차, 미래차 물량을 유럽 내에서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에서 르노삼성차 경쟁력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닛산의 분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있다. 분리 자체가 양사 모두에 타격이라는 분석과 함께 르노 측은 최근 ‘양사 동맹을 증명하기 위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FT의 보도에 대해 르노와 닛산은 모두 답변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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