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4세 이하 아동들을 상습 학대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은평구 갈현동의 A어린이집 교사 2명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해 조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협조를 받아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피해아동 부모 등에 따르면 교사 2명은 아무런 이유 없이 아동들을 책상에 밀치거나 밥을 잘 먹지 않는다며 턱을 때리는 등 아동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아이들이 화장실을 오래 사용했단 이유로 바닥에 넘어뜨리기도 했다는 게 피해 아동 부모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말 피해 신고를 받은 경찰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확보, 피해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는 최소 6명의 피해 아동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피해 아동은 10차례 넘게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피해 아동들은 현재 학대로 인한 불안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가해 장면이 담긴 동영상 두 달치를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CCTV에 등장하는 피해 아동의 부모를 상대로 진술 증거를 수집 중”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피해 아동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갑자기 스타벅스 커피를 사가야 한다고 조르는 등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학부모 신고로 드러났다. 한 피해 아동 학부모는 “우리 애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등원할 때마다 자신이 먹지도 않는 스타벅스 커피를 사달라고 했다”며 “교사가 시키지 않았다면 애들이 어떻게 똑같은 커피를 사가려고 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은 만 4세반 담당 교사로 각각 10여명의 어린이를 담당해 왔다. A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은 2년 가까이 어린이집에서 근무했고, 사건이 터진 뒤 퇴사했다”면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아이 부모들의 주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교사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피해 아동 부모들을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 아동 부모들은 “형식적으로 사과를 하긴 했지만 전혀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