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천문학적 지원한 한국GM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쌍용차 지원보다는 남는 인력 신 산업으로 전환배치 필요”
한국GM은 2018년 당시 정부로부터 8,100억원을 지원받았다. 향후 5년 간 15개 신차의 국내 출시와 함께 생산 및 고용, 지속성장 등이 이행 조건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3년째인 현재 한국GM의 상황은 처참하다. 2018년 폐쇄된 군산공장에 이어 지난해 창원공장의 가동률은 50% 이하로 급감, 비정규직 노동자 585명이 해고됐다. 국내 생산량은 2011년 대비 반토막인 41만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2014년부터 5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한국GM의 국내 생산 신차는 최근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 1종에 그쳤고 전체 판매 물량 중 수입차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본사인 GM은 2023년까지 20종의 전기차를 생산키로 하고 사실상 내연기관차 종식을 공표 했지만 한국GM에게 미래차인 전기차 배정은 ‘제로(0)’다.
정부의 자동차 산업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낙후된 자동차 분야의 일자리 감소만 걱정한 탓에 근본적인 체질개선 대신 ‘땜질’식 처방만 선택하다 보니,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쌍용차의 정부 지원 요청 또한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의 방한 이후, 쌍용차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검토를 미루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쌍용차의 전략이 미흡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의 대주주다.
일단 마힌드라측에선 3,000억원 규모의 한국 정부 지원이 이뤄질 경우 쌍용차에 2,300억원대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자금으로 미래차 개발에 나서겠다는 게 마힌드라측의 생각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안팎에선 마힌드라측의 이런 시나리오엔 부정적이다. 과거 소형 SUV인 티볼리 개발에만 2,900억원이 투자된 전례를 감안하면 마힌드라측의 전기차 1대 개발과 생산 비용 책정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에서다.
더구나 쌍용차의 현재 상태는 최악이다. 자체적으로 미래차 개발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 2017년 1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적자로 인해 누적적자는 3,115억원을 넘어섰고 산업은행에 1,900억원의 대출까지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쌍용차의 경우엔 산은이 2대주주였던 한국GM과 다르게 채권은행일 뿐이며 마힌드라 측은 인수 당시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투자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며 “조속한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금 지원이나 만기 연장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힌드라에선 ‘일자리’를 내세워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1,2차 협력사까지 포함할 경우, 쌍용차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종업수는 15만여명이다.
업계에선 쌍용차의 진짜 문제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취약점에서부터 찾고 있다. 1대의 전기차 생산도 어려운 낮은 기술력에 기반한 저효율 제작 비용구조와 유연성 없는 노사관계, 원청 업체에 종속된 협력업체 등이 쌍용차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에서다.
일각에선 한국GM에 이어 쌍용차에 수 천억원을 지원할 경우, 외국에 본사를 둔 업체들의 ‘손 벌리기’ 요구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연간 30만대를 생산해야 할 시설을 절반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매년 본사로부터 받았던 10만대 가량의 수탁생산 물량조차 따내지 못했다. 대량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르노삼성차 역시 정부에 ‘긴급구조신호(SOS)’를 요청할 수도 있단 얘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은 일자리나 후방 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외인이 주인인 완성차 업체들이 저런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며 “정부는 회사가 자생 능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기존 자동차 생산 인력을 신 산업으로 전환배치 시키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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