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소독제 원료 알코올 부족 사태 심각
소주 회사들, 소주 원료인 식용 주정으로 소독제 수 백톤 만들어 무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자 소독제 원료인 알코올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식을 접한 뒤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향토 소주 기업들이다.
제주 향토기업인 한라산 소주, 경남 향토기업인 무학, 대선주조, 금복주 등 지역 주류제조업체들이 소주의 원료인 식용 주정(알코올)을 소독제를 만드는 데 써달라고 앞다퉈 기부하고 나섰다.
◇금복주·무학·대선주조·한라산 등 별도 용기까지 만들어 직접 배달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3일 0시 기준 각각 5,928명, 1,147명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7,979명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역사회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하자 향토 소주 기업이 나선 것이다.
금복주는 앞서 긴급지원금 20억원을 내놓은 뒤 소독용 에탄올 품귀 현상 소속에 식용 주정 40톤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경남 향토기업인 무학도 식용 주정으로 만든 소독제 75톤 분량을 부산과 창원, 울산 등에 기부했고, 대선주조는 주정 기부에 나아가 임직원과 함께 지난 9일부터 부산 전역 방역 활동을 지원했다.
소독제를 만드는 공업용 주정보다 소주를 만드는 식용 주정이 더 비싸지만, 방역용 소독제가 부족하자 주류제조업체들이 소주 원료로 쓰이는 식용 에탄올, 발효 주정을 내놨다. 이 업체들은 주정이 방역용으로 쓰일 수 있도록 지역 세무서 및 관계부처로부터 용도 변경 승인을 받는 등의 절차도 거쳐야 했다.
이시훈 무학 미디어팀장은 1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원래 소주 원료인 95% 주정을 희석해 첨가물을 만들면 소주가 되는데 이를 이용해 59%짜리 소독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주정이 주세와 연관돼있기 때문에 용도 변경 관련 승인을 국세청으로부터 받아야 했다.
이 팀장은 “저희는 지방자치단체와 시설, 가정에 보급할 수 있도록 500㎖ 페트병에 넣어서 지자체 행정기관으로 직접 배달했다”고 밝혔다. 500㎖ 페트병 15만개, 75톤에 이르는 양이다. 분무기를 대량 구매하기 어려운 탓에 전용 용기도 따로 제작해야 했다.
◇소주의 착한 변신에 SNS 반응은 “먹어서 응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을 알린 건 주식회사 한라산소주다. 한라산 소주는 지난 6일 “코로나19 함께 이겨내요! 한라산소주가 함께 하겠다”라며 소주에 쓰이는 주정 기부 소식을 알렸다. 한라산소주는 지난 5일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역용 알코올 5,000 리터(ℓ)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먹어서 응원한다”는 인증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한라산소주가 공유한 사연을 통해 “제주에 마스크와 소독용 알코올을 기부해준 한라산소주 빈 알코올을 제가 채우겠다”(je*****), “한라산소주 기부가 고맙고 귀감이 된다. 식당 가서 ‘한라산 어수과?’ 운동해 보는 게 어떤지”(xh****) 등의 응원이 전해졌다.
◇“지역이 살아나야 소주도 산다”는 게 진리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류 판매 매출이 반 토막 가까이 떨어지는 등 손해가 크지만, 그럴 때일수록 기부에 나선 이유도 있다. 이 팀장은 “현재 지역 경기가 주류 판매가 어려운 걸 알고 있다. 우선 지역사회가 살아야 우리도 살지 않나. 그런 취지로 소독제 기부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참여 동기도 비슷하다. 현재웅 한라산소주 대표는 “소주 원료 주정이 방역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며 “코로나19로부터 청정 제주를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우현 대선주조 대표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역 향토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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