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등 참여한 정부 TF에서 논의
확진자 폭발적 증가한 미국, “한미 동맹 차원서 우선 고려”
세계 각국이 한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 요청을 해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수출국 우선순위를 매겼다. 동맹인 미국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네시아 등에 먼저 진단키트를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에 방역물품의 수출이나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곳이 117곳에 이른다. 수출 요청국이 31곳, 인도적 지원을 희망하는 곳이 30곳이며 수출과 인도적 지원을 모두 요청한 나라도 20개국에 달한다.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한 나라가 81개이며, 민간 차원에서 협력을 진행 중인 곳은 36개국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진단키트 지원은 상업적인 수출과 인도적 지원, 복합적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면서 “상대국가의 방역 상황, 한국과 양자 관계, 우리의 경제실익, 한국이 추구하는 대외정책을 고려해 우선 지원대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은 전날 외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코트라) 등 유관부처와 기관이 참석해 꾸려진 ‘코로나19 방역물품 해외진출 지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논의됐다.
정부가 우선 고려하고 있는 수출ㆍ지원 대상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중국의 확진자 숫자를 넘어 섰고,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측에 의료 장비 지원을 적극 요청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한국 발(發)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고,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한미동맹 차원의 정책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어 현 정부 들어 협력 수준이 높아진 아랍에미리트(UAE)와 신(新)남방 정책 구현에 핵심적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도네시아 역시 우선 지원 대상 국가로 꼽혔다.
정부는 최근 주(駐)루마니아 대사관을 통해 국내 생산업체가 루마니아에 진단키트 2만개를 수출하는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수출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국가가 어디인지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각 국의 방역 수준 등을 고려해 다음주쯤 인도적 지원 대상국을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유엔 조달시장에 적극 진출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년 간 유엔 내에서 공식 조달하는 물량이 20조원 이상인데 그 중 상당 부분은 의약품, 의료기기라고 한다. 하지만 유엔 조달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사전에 유엔 측에 품목을 설명한 뒤 판매사(벤더)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이번에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찾아 외교부와 조달청이 직접 벤더로 등록하게 도와준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현재 유전자 증폭 방식의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12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생산 물량은 일주일에 330만회를 검사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 수요(하루 기준 4만회)를 훌쩍 뛰어 넘는다. 수출로 인해 국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외교부 설명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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