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공간 처리로 잘 알려진 강원 강릉시 카페 ‘테라로사’ 건물의 디자인을 베껴 다른 카페 건물을 지은 건축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축사 김모(48)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8월 건축주 의뢰를 받아 경남 사천시에 테라로사 건물 디자인을 모방한 카페 건물을 건축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테라로사 건물은 2012년 강원도 경관 우수 건축물로 선정되는 등 건물 자체가 관광코스가 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손님이 찾는 이 곳은 강릉이 ‘커피 도시’로 떠오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테라로사의 건축물은 특별한 창작성이 없고, 그 디자인을 모방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씨의 이런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ㆍ2심은 "테라로사 건축물은 건축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판에 의해 말려 있는 형태를 보이면서, 아래보다 위가 더 넓게 양쪽 외벽이 비슷하게 기울어져 있는 특징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런 특징은 건축물의 기능 자체와 무관한 것이고 외관의 아름다움을 고려한 디자인 형태로서, 미적 창의성을 갖춘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씨의 건축물은 테라로사보다 규모가 크지만 테라로사 건축물과 극히 유사하다”며 “테라로사가 건축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을 보면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김씨가 이를 이용한 것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대법원 역시 “테라로사 건물은 창작자의 독자적 표현과 개성을 나타내고 있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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