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가 25일 밤 이례적인 접속 오류를 일으켰다. 정확한 장애 요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시간 다른 인터넷 서비스는 정상 제공된 점에 미뤄볼 때 통신사가 아닌 넷플릭스 측 책임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입법 과정에서 자사는 고품질 영상 제공을 위한 조치를 다하고 있는 만큼 한국 통신사가 지고 있는 망 품질 유지 비용을 분담할 책임이 없다며 법안에 반대했던 넷플릭스로서는 민망한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밤 10~11시 일부 넷플릭스 이용자 사이에서 서비스 접속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넷플릭스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뜬 것이다.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접속 오류를 일으킨 것은 처음으로, 한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단엔 ‘넷플릭스 접속 오류’가 뜨기도 했다. 넷플릭스 측은 “25일 일부 이용자들의 접속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는 곧바로 해결됐으나 장애 원인은 현재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해 3월 미국과 북유럽에서 1시간가량 대규모 접속 오류 사태를 겪었다. 회사는 당시에도 서비스 오류 원인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야외 활동을 못하게 된 사람들이 집에서 넷플릭스에 접속하면서 트래픽이 폭증한 걸 감당하지 못해 장애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전력이 있다 보니 한국에서 발생한 이번 접속 오류가 넷플릭스가 당일 공개한 미국 드라마 시리즈 ‘설국열차’에 트래픽이 몰린 영향 때문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봉준호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국내 이용자들의 기대감이 매우 큰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접속 오류의 원인이 접속량 증가 때문은 아닌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접속 오류는 국회에서 ‘넷플릭스법’이 통과된 직후라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통신사와 같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자(ISP)뿐 아니라 CP에도 망 품질 유지의 책임이 있으며, 이는 해외 CP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사실상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정조준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CP가 국내 통신사에 적정한 망 사용료를 내도록 제도화했다는 것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달 국내 결제 금액은 43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유료 이용자는 328만명에 달한다.
이런 압박을 의식한 듯 넷플릭스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자사가 ‘오픈 커넥트’ 등 자체적 노력으로 이용자들이 고품질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비용 분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 원인불명 오류로 넷플릭스가 안정적 서비스 제공에 충분한 역량을 쏟고 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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